2026년 07월 09일 (목)

엄마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임신 전 아빠가 먹은 음식, 태아 성장에 영향

임신 전 아버지의 식습관, 태반 발달과 태아 성장에 영향

임신 전 남성의 식단이 수정 이후 태반의 발달 과정과 태아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건강과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은 임신 전 남성의 식단이 수정 이후 태반의 발달 과정과 태아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태반은 임신 기간 동안 산모와 태아 사이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산모의 심혈관계와 대사 기능 조절에도 관여한다. 태반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자간전증 같은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임신 유지와 태아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수컷 생쥐를 대상으로 교배 전 8주 동안 서로 다른 식단을 제공했다. 한 그룹에는 일반 식단을, 다른 그룹에는 저단백 식단 또는 고지방·고당분의 서구식 식단을 먹였다. 그 결과 식단 차이는 수컷 생쥐의 기본적인 생식능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임신이 시작된 이후 태반과 태아 발달 과정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진이 임신 초기 태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초기 태반 형성에 핵심적인 구조인 외태반 원뿔(ectoplacental cone)에서 대사 기능과 형태학적 변화가 다르게 나타났다. 이후 임신 후기에는 태반의 유전자 발현 양상에서도 차이가 보였다.

특히 연구진의 관심을 끈 것은 태반에서 나타나는 성별별 유전자 발현 차이였다. 일반 식단을 섭취한 수컷 생쥐가 아버지인 경우에는 수컷 태아와 암컷 태아의 태반 사이에서 301개의 유전자가 서로 다른 발현 양상을 보였다. 반면 저단백 식단이나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경우에는 이러한 유전자가 크게 줄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아버지의 식습관이 남아와 여아의 태반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물학적 차이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아담 왓킨스 박사는 “건강한 임신을 위해 산모의 식단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아버지 역시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임신 전 남성이 어떤 식습관을 유지했는지는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배우자와 태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정자 생성과 태반 기능을 조절하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구체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아버지의 영양 상태가 생식 건강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태반 구조 분석을 담당한 브리스톨대 아우구스토 코피 박사는 “고해상도 3차원 정량 분석 결과, 임신 후기 태반의 크기나 전체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분자 수준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수컷 생쥐에서는 체지방 증가, 간 내 콜레스테롤 및 유리지방산 증가, 장내 미생물 구성 변화 등 대사 이상 징후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아버지의 영양 상태가 남성의 생식능력 자체보다 수정 이후 태반과 태아 발달 과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를 통해 임신 전 남성 건강관리 지침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라이프(eLife)》에 ‘Paternal over- and under-nutrition program fetal and placental development in a sex-specific manner in mic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임신 전 아버지의 식습관이 정말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나?
A.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의 식단은 수정 이후 태반의 발달 과정과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사람에게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Q2. 고지방·고당분 식단은 어떤 변화를 일으켰나?
A. 서구식 고지방·고당분 식단을 섭취한 수컷 생쥐에서는 체지방 증가, 간 콜레스테롤 및 지방산 증가,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 대사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또한 수정 후 태반의 유전자 발현과 발달 과정에도 변화가 관찰됐다.

Q3.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A. 건강한 임신을 위해 산모뿐 아니라 아버지의 건강관리도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임신 준비 과정이 여성만의 과제가 아니라 예비 부모 모두의 건강 관리가 필요한 과정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