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나, 음식, 박테리아 가운데 서로 연관된 2개는?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판다, 원숭이, 바나나 세 가지 가운데 서로 연관된 두 개를 고르라고 하면 흥미로운 차이가 나타난다. 많은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연결한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양인은 판다와 원숭이를 연결한다. 둘 다 동물이라는 ‘분류’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무엇을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관계를 중심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본질과 분류를 중심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 보자. 음식, 박테리아, 나. 이 세 가지 가운데 서로 연관된 두 개를 고르라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많은 사람은 음식과 나를 연결할 것이다. 음식은 우리가 매일 먹는 것이고, 몸 일부가 되는 것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류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른 연결이 보인다. 박테리아와 음식이다. 둘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둘 다 내 몸 밖에서 들어오는 외부 물질이라는 점이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기본적으로 ‘비자기(non-self)’로 인식한다. 이는 면역반응의 시작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생리 원리다. 외부 물질이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은 이를 처리하고 정리하기 위해 면역(염증)반응한다.

많은 사람은 염증반응을 질병의 신호로 생각한다. 그러나 염증반응은 원래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생리적 장치다. 외부 물질이 들어왔을 때 이를 처리하고 정리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문제는 이 반응이 과도하거나 장기간 지속될 때다. 그때 우리는 통증이나 열과 같은 뚜렷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조용히 진행한다. 이를 ‘침묵의 염증(Silent inflammation)’이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이카사노이드(Eicosanoid)라는 신호 물질이다. 아이카사노이드는 지방산에서 만들어지는 생리 신호물질로, 염증반응을 시작하고 진행시킨다. 일정 단계 이후 염증반응을 정리하고 회복으로 이끄는 과정 또한 같은 신호 체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레졸빈(Resolvin)이 작용해 염증반응을 마무리 치유한다.

즉 면역(염증)반응은 단순히 켜지고 꺼지는 스위치가 아니다. 시작과 정리, 진행과 회복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정교한 시스템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음식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음식은 아이카사노이드와 레졸빈을 만드는 재료이며, 면역(염증)반응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결국,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음식은 몸속에서 생리 신호를 만들고, 그 신호는 염증반응의 흐름을 조절하며, 그 균형이 건강과 만성질환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하나의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달라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이 문장은 음식을 두려워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식사가 몸속에서 어떤 생리적 과정을 시작하는지 이해하라는 의미다.

박테리아와 음식의 공통점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식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갖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건강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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