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과 정크푸드가 건강, 특히 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이들 제품에 강력한 ‘죄악세(Sin tax)’ 성격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설탕세’ 도입 논의에 불이 붙은 가운데, 지방간과 비만 등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식품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유럽간학회(EASL)와 세계적 권위의 의학 저널 《란셋(Lancet)》이 공동 구성한 전문가 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 각국 정부가 간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주류와 정크푸드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위원회는 유럽에서만 간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이 연간 28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약 3%에 달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강도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술과 건강에 해로운 식품은 의료 시스템은 물론 사법·사회 서비스 전반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제품 가격을 2~3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징벌적 과세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위원회는 수십 년간 이어진 금연 캠페인의 성공 사례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주류 제품에 건강 경고 문구를 의무화하고, 18세 미만 청소년을 겨냥한 온라인 주류·정크푸드 광고는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도 함께 내놓았다.
이 같은 논의는 한국도 해당된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음주나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 그리고 이로 인한 간 질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과도한 음주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음주와 무관하게 비만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대사이상 지방간)’이다. 원인과 관계없이 지방간은 각종 대사이상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최악의 경우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최근 10년새 환자 수가 5.5배 증가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약 25~40%는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지방간염’으로 악화된다. 이 중 5~18%는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으로 진행되며, 간경변이 장기화되면 간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간암 환자의 50~7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약 8%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B형 간염 예방접종이 확대되고 C형 간염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보편화하면서 감염성 원인으로 인한 간암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 빈자리에 과도한 음주나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병국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지방간은 평소 증상이 없어 간경변증과 간암 등이 발생한 후에는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하더라도 완벽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진행이 더디고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정상 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