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6일 (일)

의사의 리베이트 수수 기점은 언제부터인가

[박창범 닥터To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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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리베이트란 판매자가 재화나 서비스 판매액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좋은 거래관계를 위한 판매촉진 수단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경제적인 이익이 최종 소비자인 환자가 아닌 중간자인 의사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리베이트로 인한 비용이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부담하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 등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불법적인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된 심리적 압박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정부와 법원은 의료계 리베이트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다만 제약회사에서 의사에게 제공하는 경제적인 이익이 모두 금지 대상은 아니다. 현재 법에서 허용되는 것은 1) 견본품 제공 2) 제약회사의 학술대회 지원 및 학술대회에서 발표자, 좌장, 토론자에 대한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록비 등의 실비 지원 3) 임상시험 지원 4) 제품설명회에서 교통비, 5만 원 이하의 기념품, 숙박, 식음료(10만 원 이하) 제공 5) 대금 결제 조건에 따라 2개월 이내 결제하는 경우 비용 할인 6) 건당 5만 원 이하의 시판 후 조사 등이 있다.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 의사는 형사처벌은 물론 액수에 따라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다만 2016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리베이트 수수 후 5년이 지나면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한 제약회사로부터 수 년 동안 한 장소에서 여러 번에 걸쳐 리베이트를 받았을 때 일부 행위가 시효 기간을 넘었다면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할 때 해당 금액도 포함되어야 할까?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의사 A 는 2016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B 제약회사 소속 복수의 영업사원으로부터 의약품 판촉 목적으로 총 10회에 걸쳐 현금 980만 원을 제공받았다. 검찰은 2022년 A를 기소하였고, 2024년 11월 벌금 700만 원과 추징금 921만 원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확정 판결을 근거로 2025년 3월 총액 921만원에 대해 의사 면허 자격 정지 4개월의 행정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해 A는 각 금전 수수 행위는 별개의 사건이므로 나눠 계산해야 하며, 시효가 남은 금액은 241만 원에 불과해 자격 정지가 아닌 단순 경고 처분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 수수와 같은 비위 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해진 일련의 행위라면, 그 중 시효가 경과한 일부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효의 기산점은 최종의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제약회사가 동일하고 의사의 처방 유도라는 목적이 같다면 영업사원이 바뀌었더라도 행위의 연속성과 동일성은 유지된다’며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했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4373판결)

법리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포괄일죄’라고 하며 반복된 행위들은 하나의 범죄로 간주된다. 다만 포괄일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각 범죄행위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연관성이 있고, 방법이 같아 각각의 범죄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판결은 영업사원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하려는 제약회사의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판결들을 보면 법원은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하여 더욱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영업 활동도 리베이트로 인정될 수 있다. 또한 개정된 법률에 따라 리베이트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의사는 면허취소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제 의사들은 제약회사의 리베이트에 대한 관행 혹은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엄격한 처벌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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