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눈만 봤는데 심장 위험 나왔다…피 안 뽑는 검사, 뭘까?

스탠퍼드대 874명 임상…눈 사진으로 심혈관 위험 가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안과에서 환자의 눈을 검사하고 있다. 망막 혈관은 전신 혈관 상태를 반영하는 특성이 있어, 이를 분석해 심혈관 위험을 가늠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0대 직장인 A씨가 안과에서 검사를 받는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말을 듣는다.

“심혈관 위험이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를 뽑지 않았는데 심장 얘기가 나온다. 아직 연구 단계지만, 이런 기술을 현실에서 볼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과에서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심혈관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는 연구가 공개됐다. 혈액검사 없이도 위험 신호를 읽어내려는 접근의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검사로 확인된 분류 방식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클 V. 맥코넬 임상교수 연구팀은 지난 3월 30일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 ACC.26에서 안저 사진(눈 뒤쪽 망막과 혈관을 촬영한 이미지)을 인공지능으로 분석, 심혈관 위험을 분류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직 학술지 게재 이전이고 학회 발표 단계로, 향후 독립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40~75세 성인 874명을 대상으로 10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를 먼저 모집한 뒤 일정 기간 실제 검사 상황에서 결과를 추적, 비교했다.

연구팀은 AI 시스템 ‘CLAiR’를 통해 눈 속 혈관 이미지를 분석, 향후 10년 안에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이 7.5% 이상인지 여부를 가려냈다. ASCVD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처럼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10년 위험 7.5%’는 같은 조건의 사람 100명 중 약 7~8명이 향후 10년 안에 이런 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는 진료지침에서 이 기준을 넘으면 의사와 상의를 거쳐 스타틴 복용을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여러 단계를 이미지 한 번으로

심혈관 위험 평가는 대체로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흡연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위험도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혈액검사와 문진도 필요하다.

이번 기술은 눈 속 혈관 이미지를 한 번 촬영해 이런 정보를 간접적으로 읽어내려는 방식이다.

촬영은 약 5분, 분석 결과는 30초 안에 나온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검사 과정을 줄였다는 데 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던 과정을 한 번의 촬영으로 대신하려는 접근이다. 즉, 혈액검사와 위험 계산 과정을 하나의 이미지 분석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다.

어느 정도까지 맞게 가려냈나

연구에서 CLAiR는 민감도 91.1%, 특이도 86.2%를 기록했다.

민감도는 위험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능력이다. 실제 고위험군 10명 중 약 9명을 찾아냈다는 의미다.

특이도는 괜찮은 사람을 괜히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 능력을 말한다. 위험하지 않은 사람 10명 중 약 8~9명을 정확히 걸러냈다는 뜻이다.

CLAiR는 기존 위험 계산기(나이, 혈압, 콜레스테롤, 흡연 여부 등을 바탕으로 향후 심장질환 위험을 추정하는 방식)를 통해 고위험으로 분류된 사람들도 비슷하게 가려냈다. 즉, 기존 방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사람을 나눌 수 있었다.

연구 대상의 26%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으며, 촬영한 이미지의 94%가 분석에 활용할 수 있었다.

맥코넬 교수는 “이 방식이 기존 평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충분한 검사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험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저 카메라로 촬영한 망막 클로즈업 이미지. 망막과 미세혈관 구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분석 자료로 활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왜 가능해졌고 무엇이 남았나

망막 혈관은 인체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세혈관이다. 혈압과 혈당 상태가 그대로 반영된다.

CLAiR는 이런 미세한 구조 변화를 분석해 전신 혈관 상태의 신호를 읽는다. 이 시스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 의료기기’ 지정을 받은 상태이며, 현재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미국 의료 AI 스타트업 Toku Inc.가 개발했다.

망막 이미지를 활용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구글 연구팀은 28만 장 이상의 눈 사진으로 혈압·흡연·나이 등을 예측하는 AI를 개발했고, 결과는 영국 네이처 출판그룹이 발간하는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2018년 게재됐다.

한국에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망막 AI 위험지수가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심혈관 사건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고했으며, 이 결과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 계열 저널《랜싯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2022년 실렸다.

이번 연구는 질환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임신 중이거나 진행성 안질환이 있는 경우 적용이 어렵다. 독립적인 외부 검증도 추가로 필요하다.

눈이 보내는 신호, 이제 읽을 수 있다

방향은 분명하다. 검사 과정을 줄이면서도 얻는 정보는 유지하려는 흐름이다.

피를 뽑지 않고도 눈 사진으로 심혈관 위험을 가늠하려는 접근이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시력뿐 아니라 혈관 건강 신호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흡연 이력이 있다면 그 의미는 더 커진다.

눈은 이미 혈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는 그 신호를 한 번의 검사로 읽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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