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입원전담전문의라는 게 도대체 뭔가요?”
2016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범사업으로 국내에서 처음 시작되었을 때 병동 환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물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외래진료를 보지 않고 입원 환자만 전문적으로 돌보는 의사를 말합니다.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병동 주치의예요. 입원 중 필요하면 세부 전문 분야 의사들에게 연락해 전문 치료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도 하죠.”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은 하루 한두 번의 교수 회진 이외에는 의사를 만나기 쉽지 않은 때였다.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 환자들의 불편함이나 보호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병동에 전문의가 상주하며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즉각 대응하여 ‘의사 부재’로 인한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로 입원전담의 제도가 도입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20~30년 전 시작돼 정착된 지 오래다.
입원전담의는 영어로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다. 즉 병원(hostpital) 안에 상주하는 의사라는 뜻이다. 자기 소개를 할 때 호스피탈리스트라고 말하면 환자나 보호자들은 “호스피스 의사요?”라고 되물었다. 호스피스(Hospice)는 말기환자를 돌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환자들은 왜 자신이 호스피스 치료를 받냐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입원전담의 제도는 그만큼 생소하고 파격적이었다.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대형병원들은 ‘전문의 중심병원’을 표방하며 입원전담의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입원전담의를 두고 있는 상급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제도를 장려했다. 재작년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의료 공백이 생겼을 때, 입원전담의가 있는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병동의 풍경도 달라졌다. 환자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선생님이 병동에서 늘 가까이 계시니까 마음이 놓여요.”
그날그날의 증상을 확인하고,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일,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 있는 이 과정이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누군가 늘 곁에서 나를 돌보고 있다’는 신뢰로 이어진다. 그때마다 이 일을 선택한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곤 한다.
주말 근무를 할 때면 병동에서 만나는 장면은 또 조금 다르다. 내 환자뿐 아니라, 평일에 함께 일하는 동료 의사들의 환자들까지 돌보게 되기 때문. 주말 전 미리 동료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공유 받고 주말 동안 일어난 일들을 일일이 확인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당직 교수라서, 잘 계시는지 뵈러 왔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의사의 방문에 환자와 보호자 모두 잠시 당황한다. 하지만 상태를 묻고, 차분히 설명을 이어가다 보면 표정이 곧 밝아진다. 그리고 회진을 마치고 나올 즈음에는 “주말인데도 오셔서 제 주치의만큼 꼼꼼히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가 돌아온다. 주말 당직으로 지친 피로를 눈 녹듯이 없애주는 한마디다.
그 순간, 입원전담의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실감한다. 낮과 밤, 평일과 휴일의 경계 없이 의료가 멈추지 않도록,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병동을 지키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우리 일의 본질임을 깨닫게 된다.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서 360여 명의 입원전담의가 일하고 있다. 우리의 의료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다. 두어 해 전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환자 1000여 명에게 입원전담의 제도에 대해 물었는데 만족도는 높지만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응답했다. 입원전담의 수가 적다 보니 환자들이 제도를 잘 모르지만, 한 번이라도 돌봄을 받아본 환자들은 10명 중 8명 이상이 다시 입원전담의의 치료를 받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만큼 꼭 필요한 역할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우스운 여담 같지만 환자들이 진짜 모르는 얘기가 하나 더 있다.
입원전담의는 입원 환자가 최대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을 회복시켜 퇴원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병동에서만 일하는 우리를 만난다는 것은 다시 상태가 안 좋아져서 입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환자 퇴원 시에는 이런 대화가 오간다.
“선생님 덕분에 몸이 좋아졌어요. 다음에 꼭 다시 뵈겠습니다.”
“저를 안 만나시는 게 좋은 겁니다. 퇴원 후 건강관리 잘하시고 또 입원하시면 안됩니다.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경태영 교수
대한입원의학회 회장(연세대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장)

<편집자 주>
입원전담전문의(호스피탈리스트)는 병동에 상주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의사를 말한다. 2016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된 입원전담의 제도는 2021년 본사업으로 전환돼 올해 꼭 10년을 맞는다. ‘호스피탈리스트 다이어리‘는 이들이 병동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하고 퇴원시키며 하루하루 쌓아가는 작은 순간들의 기록이다. 환자와 보호자, 다른 의료진, 그리고 입원전담의 자신에 대한 고백까지, 이 연재를 통해 병원 안에서 겪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대한입원의학회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