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뻑뻑하다',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 같다', '시큰거리고 침침하다'.
현대인의 '국민병'이 된 안구건조증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 사용, 미세먼지와 건조한 실내 환경, 콘택트렌즈나 마스크의 일상적 사용 등으로 안구건조증 환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안구건조증을 단순히 '눈이 마르는 병'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대한안과학회 및 한국건성안학회에 따르면 안구건조증은 ‘눈물막의 불안정성’ 으로 인해 안구 표면이 손상되고 염증이 발생하는 명백한 '안구표면 질환'입니다. 방치할 경우 만성적인 통증은 물론 비가역적인 시력 저하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눈물'이 아닌 '눈물막 (Tear Film)'에 있습니다. 우리의 건강한 눈물막은 단순히 물 (수성층)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안구 표면에 눈물을 착 붙여주는 '점액층', 눈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수성층', 그리고 가장 바깥에서 눈물의 증발을 막는 '기름층' 으로 구성됩니다. 이 세 가지 층이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안구건조증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쇼그렌 증후군이나 노화 등으로 눈물샘 기능이 떨어져 물 자체가 부족해지는 '수성눈물 생성 부족형'입니다. 하지만 최근 환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눈물막 증발 증가형'입니다. 이는 눈물의 '양'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질'에 문제가 생겨 눈물이 너무 빨리 마르는 유형입니다.
문제는 바로 '기름층'입니다. 우리 눈꺼풀 테두리에는 '마이봄샘' 이라는 기름샘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분비되는 건강한 기름이 눈물막을 코팅해 수분의 증발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마이봄샘이 막히거나 염증이 생기면 (마이봄샘 기능장애), 기름 방패가 사라져서 눈물이 속수무책으로 증발하게 됩니다.
찬바람을 쐬면 눈물이 줄줄 흐르는 증상 역시 이 때문입니다. 이는 안구건조증이 아니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눈 표면이 빠르게 마르자, 우리 눈이 위기 상황으로 인지하고 응급 눈물인 '반사성 눈물'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눈물은 점액층과 기름층이 없는 '질 나쁜 눈물'이라 눈을 보호하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넘칠 뿐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집중해서 볼 때에는, 눈 깜빡임 횟수가 줄어들고 눈을 완전히 감지 않는 '불완전 눈 깜빡임'이 반복됩니다. 이는 마이봄샘에서 기름을 짜내는 동작이 생략되는 것으로, 안구건조증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주범입니다.
많은 분이 눈이 불편할 때 냉찜질을 떠올리지만, 이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일 뿐입니다. 기름층 문제로 인한 안구건조증의 근본적인 관리는 '온찜질'입니다. 하루 1~2회, 5~10분간 따뜻한 전용 안대로 눈꺼풀을 데워 막힌 기름을 녹여내고 , 이후 눈꺼풀 전용 세정제로 속눈썹 뿌리 부분을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 의식적으로 '끝까지' 눈을 깜빡이는 습관 역시 큰 도움이 됩니다.
안구건조증은 '불치병'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그때뿐이라면, 내 안구건조증이 혹시 눈물의 질, 특히 기름층의 문제는 아닌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안구건조증을 더 이상 참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시길 바랍니다.
글=지용우 대한안과학회 홍보위원(연세대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