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은 유엔의 ‘국제인도주의의 날’
현장 요원 희생에 유엔총회, 2008년 제정 결의
28년간 활동가 6300명 숨져…지난해 383명 기록
가자 활동가 500명, 의료종사자 1500명 희생
치열한 현장…유엔, 22일 가자북부 ‘기근’ 선언
한국도 인도주의 행동 나서야…일본, 5억엔 기부

지난 8월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World Humanitarian Day: WHD)’이었다. 국내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8년 12월 11일 유엔총회 결의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분쟁·전염병·기아·재해 현장의 인도주의 종사자를 격려하는 ‘연대의 날’인 동시에 현장에서 숨진 활동가를 추모하는 ‘현충일’이다. 1991년 12월 유엔총회 결의로 발족한 특별기구인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은 이날을 ‘전 세계에 걸친 인도주의 노력에 경의를 표시하고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이상을 널리 전파하기 위한 날’로 규정한다.
이슬람 테러로 인도주의 요원 22명 희생
유엔이 이날을 ‘세계 인도주의의 날’로 제정한 것은 2003년 이날 이슬람주의자들이 유엔 인도주의 요원이 머물던 바그다드 호텔을 대상으로 벌인 자폭테러가 계기다. 이날 테러로 세르지우 비에이라 지 멜루 유엔 이라크 특별대표를 포함한 인도주의 요원 22명이 희생되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 테러는 보건의료·의약품·식수·식량·교육기자재 등 인간을 살리는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해 달려간 인도주의 요원의 목숨을 노린 계획 범죄였다. 중동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전신인 ‘유일신과 성전’이 주도했다. 2004년 이라크 팔루자에서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해 살해한 바로 그 테러조직이다.
숨진 인도주의 활동가는 1997년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현지인 직원 3054명, 국제기구 직원 243명 등 모두 6342명에 이른다. 피살자에 부상자·피랍자·구금자를 더하면 피해자는 현지인 7905명, 국제요원 901명 등 모두 8806명에 이른다. 컨설팅그룹인 ‘인도주의 아웃컴(Humanitarian Outcome)’이 펴낸 ‘구호활동가 안전 데이터베이스(AWSD)’가 집계한 내용이다.
각국 권력자에게 ‘인도주의 행동’ 촉구

세계 인도주의의 날인 8월 19일 유엔 OCHA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구호 활동가 383명이 숨지고 308명이 부상했으며, 125명이 납치됐고 45명이 구금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OCHA는 매년 세계 인도주의의 날 주제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인도주의 활동가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의 종식과 국제인도법에 따른 불처벌의 근절’로 잡았다. “권력자들에게 #인도주의행동(#ActForHumanity)을 촉구한다”는 구호와 해시태그도 공개했다.
이날 국제인도주의 NGO인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IRC)는 성명에서 희생자의 5분의 1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가자 전쟁으로 500명 이상의 인도주의 활동가와 1500명이 넘는 의료 종사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 활동을 하다 희생된 사람의 상당수가 보건 의료인과 관련 지원 인력이라는 설명이다.
힌국, 온정주의 활동 늘려 국가 브랜드 값 해야
한국은 경제 발전과 함께 ‘의료 강국’으로 성장했다고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이 국제적으로 호응을 얻으려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능동적으로 찾아 인도주의 지원을 펼치는 ‘온정주의적 활동’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공적개발원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인도주의 지원, 국제협력을 통해 국제적 해결에 더 많이 기여할 필요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에 걸맞은 공적개발원조와 인도주의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제대로 된 국가, 존경 받을 만한 국가로 평가 받으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가자 지구 지원에 식량을 포함해 5억엔을 내놨다. 유엔이 실사를 바탕으로 8월 22일 “가자시티와 그 주변에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기근’이 발생했다”고 발표하기 전에 이뤄진 지원 결정이다. 흔히 먹을 게 없어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가리키는 기근은 식량 부족의 정도를 표시하는 국제적 지표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황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유엔이 기근 상태를 인정한 경우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내란이 겹친 소말리아와 수단뿐이다. 중동에서 공식적으로 기근 상태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유엔이 중동지역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기 위해 설립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는 약 3개월치의 식량과 의약품 등 각종 물자를 부족하지 않게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3월부터 구호식량이 하마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물자 반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가자지구에 기근이 발생했다는 보도와 유엔의 발표에 대해 ‘하마스의 프로파간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외교적 지원 약속 등 행동으로 인도주의 유도해야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유럽 국가들과 함께 외교적 대화로 이스라엘을 설득하는 데 동참할 필요가 있다. 식량과 의약품·의료기자재 등 인도주의 물품이 가자 주민들에게 공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도 최소한 일본처럼 지원금 기부를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인도주의 물자 공급을 압박하는 외교적 지원이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민주주의·인도주의 진영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조치다.
유럽과 중동의 일부 국가는 가자지구에 대한 식량 공수에 참가하고 있다. 분쟁 지역의 국민 철수를 위해 수송기를 수단과 레바논 등으로 운용한 경험이 있는 한국도 국제사회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특히 6·25 당시 전 세계에서 받은 다양한 지원으로 침략자를 물리친 것은 물론 국민이 굶주림을 면하고 미래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인 이유다. 남수단에서 활동하던 이태석 신부도 국경을 넘어 인도주의를 실천한 인물이다. 세계 인도주의의 날은 이제 한국에도 의미 있고 크게 기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