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심장 부정맥을 발생 2주 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심장 부정맥은 다른 심혈관 질환과 달리 예측이 어려워 심장마비와 돌연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 왔다.
최근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된 국제 공동 연구에 따르면, AI는 환자의 심전도(ECG)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이 발생하기 전 나타나는 미세한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소(INSERM), 파리 시테 대학교, 파리 공공병원(AP-HP), 미국 하버드대학교 등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팀은 필립스 그룹 산하 카디올로그사 엔지니어팀과 협력해 인간 뇌 기능을 모방하는 인공신경망을 개발했다. 이 AI 알고리즘은 미국, 프랑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체코 등 6개국에서 수집된 24만 건 이상의 이동식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부정맥 위험을 예고하는 새로운 ‘미세 전기 신호’들을 발견했다.
이렇게 훈련된 AI는 24시간 동안 기록된 심전도 데이터만으로도 향후 2주 이내에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부정맥 발생 고위험군 환자를 70% 이상의 정확도로 식별했다. 위험이 없는 환자를 가려내는 정확도는 99.9%에 달했다.
심장마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부정맥은 갑작스러운 돌연사를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심장 돌연사로 사망하며, 국내에서도 매년 2만5000~3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일부는 기저질환이 없었던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로랑 피오리나 파리 심혈관연구센터 박사는 “심전도 신호를 하루만 분석해도 향후 2주 내에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환자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AI 기술은 심장 돌연사의 예방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AI 알고리즘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할 계획이다. 성능이 더욱 향상된다면 병원 내 감시 시스템은 물론이고, 혈압 측정기나 스마트워치 같은 일상용 웨어러블 기기에도 이 기능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엘로이 마리종 파리시테대 심장내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중장기적 위험군을 찾는 데 집중했지만 실제로 급성 심정지는 예고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 AI 덕분에 단기적 위험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심정지를 막기 위한 조치를 사전에 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