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비가 책을 말리듯 여름 독서 정리하세요
어제는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處暑)였더군요. 이 무렵 모기가 비실비실대다 사라진다고 해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여전히 찜통더위이군요.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서울 32도, 대구 34도 등 전국의 대지가 뜨거울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입니다. 다행히 열대야의 원흉이었던 구름이 사라져 밤과 아침에는 조금 시원해졌습니다.
처서에는 책, 곡식, 옷 등을 햇빛에 말리거나 바람을 쐬어서 습기를 제거하는 ‘포쇄’(曝曬)를 했습니다. 선비는 책을 말리고[士曝書], 농부는 곡식을 말리며[農曝麥], 여성은 옷을 말린다[女曝衣]고 했습니다.
특히 고서의 한지는 습기에 약해 책벌레가 많이 생겨 포쇄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공민왕과 우왕 때 포쇄에 관한 기록이 처음으로 나타났으며, 조선에서는 실록에 대한 포쇄가 엄격히 실시됐다고 합니다. 봄, 가을의 맑은 날에 책을 햇볕에 말린 다음 기름종이로 잘 싸서 천궁, 창포와 함께 궤에 넣어 봉인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책벌레는 대부분 먼지다듬이라는 아주 작은 곤충입니다. 오래 보관한 옷이나 말려놓은 꽃다발 등에서도 나옵니다. 책에서는 주로 종이의 펄프나 풀을 먹습니다. 번식력이 좋아 한번 생기면 책장 전체로 번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책벌레’하면 ‘책에 빠진 사람’을 가리키죠?
방학이 끝나가는 자녀를 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여름 끝에 포쇄를 하고 책을 정리하듯 ‘책벌레 자녀’들이 방학 때 읽은 책을 잘 정리해서 갈무리를 하도록 도와주세요. 다산 정약용이 말한 대로 지식은 잘 정리돼야만 빛이 나며, 자녀들이 읽은 것들을 잘 정리해서 머리에 남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교육입니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늘은 처서를 하루 넘겼지만, '여름의 지식'을 정리하고 가을을 준비하는 날이 되기를 빕니다.
냉수마찰과 각탕으로 막바지 무더위 이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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