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니까 가지 마"…여성 소방관 출동 제외, 합리적일까?
[박창범 닥터To닥터]
그렇다면 화재가 발생한 지역에 출동할 때 해당 지역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상관의 임의대로 여성소방관을 출동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최근 이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여성 소방관 A는 소방관이 되기 전에 대형면허를 취득하여 물탱크 등 대형차량 운전교육을 받았다. A는 소방관이 된 후에도 소방소에서 대형차량운전 업무수행을 원했다. 하지만 상관 B는 대형차량운전경험이 없는 남성대원에게는 대형차량 운전업무를 시키면서도 A에게는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대원이 물탱크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A가 화학차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홍성에 산불이 발생하였고 화학차 출동이 필요한 상태였는데 상관은 산불화재 현장까지 장거리 운전으로 시내와 달리 논두렁, 밭두렁 등 험한 길을 운전해야 함은 물론 산속이라 잘 곳도 불편하고 화장실 등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여 A를 화학차 운전 및 출동에서 배제하였다. 이에 A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상관 B가 여성이 대형차량을 운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하여 대형면허를 보유하고 물탱크차 등 실습경험이 있는 A가 운전업무를 수행할 기회를 얻지 못한 점을 인정하였다. 또한 상관 B가 산불출동에 대원 A를 제외한 것은 팀장재량에 의한 판단이라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대기하던 A에게 출동의사가 있는지, 해당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살피거나 고려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상관 B가 대원 A를 산불화재출동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고용과 관련하여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차별행위라고 판단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 2024.12.23 23진정0600500결정)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 실시한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여성 소방공무원의 39.9%가 직장 내 차별을 경험한 바 있고, 그 중 56.9%가 성별로 인하여 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하였다. 또 소방관 업무를 시작한 이후로 교육훈련 기회에 있어서 차별을 경험한 경우는 48.5%였다.
소방관과 같이 전통적으로 남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조직문화를 가진 직장에서 여성들은 조직 내 소수집단으로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특수업무에서 배제되거나 과잉보호라는 관행에서 맞서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유로 현장 업무수행능력이 있고 본인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지 못하거나 기회자체가 차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의료계에도 흔히 발생한다. 최근 여성의사가 많아지면서 기존의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와 같이 여성의사가 많은 분야는 물론 정형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에서도 여성의사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앞서 소방관이 겪었던 과잉보호 혹은 차별적인 대우를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해당 직무에 근무하는데 이러한 차별적인 대우는 이들이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정교육을 이수하였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전문가로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정말로 위험하거나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경우 실제적으로 여성이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여성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참여를 원하는지 개인의 의사를 확인한 후 참여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