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6일 (금)

복통도 없었는데 대장은 뚫려 있었다⋯원인은 2년 반 전 뇌 수술

뇌와 배 연결한 관이 대장 벽 뚫고 들어가⋯63세 남성, 발열·심한 졸림으로 병원행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뇌에 고인 뇌척수액을 배 안으로 빼내는 '뇌실복강단락관'이 대장 벽을 뚫고 들어간 모습을 표현한 의학 일러스트. 오른쪽 확대 그림은 관 끝부분이 대장 안으로 들어간 상태를 보여준다. 장내 세균이 관을 따라 뇌 쪽으로 퍼지면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사례에서는 수술 2년 반 뒤 이런 합병증이 발견됐지만 환자는 복통을 느끼지 않았다. 그림=AI 생성 이미지

대만에 사는 63세 남성이 발열과 심한 졸음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복통은 없었다.

검사 결과, 뇌에서 배로 이어지는 관이 대장 벽을 뚫고 장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2년 반 전 뇌에 고인 액체를 빼내려고 삽입한 관이었다. 의료진은 대장에 있던 세균이 관을 따라 뇌 쪽으로 퍼졌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대만 가오슝의과대학병원 연구진은 이 사례를 5일 국제학술지 《미국 증례보고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발표했다.

배는 아프지 않은데⋯뇌 검사에서 이상 발견

남성은 2년 반 전 수두증 치료를 위해 '뇌실복강단락관'을 삽입했다. 수두증은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액체인 뇌척수액이 지나치게 쌓여 뇌를 압박하는 질환이다. 뇌실복강단락관은 뇌에 고인 뇌척수액을 배 안으로 빼내는 장치다. 가느다란 관이 머리에서 가슴과 배의 피부 아래를 지나 복강(배 안의 공간)까지 이어진다. 이곳으로 흘러간 뇌척수액은 몸에 흡수된다.

남성이 병원을 찾았을 때 뇌 CT와 자기공명영상(MRI)에서는 수두증이 악화하고 관 주변 뇌 조직이 부어오른 모습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원인을 찾으려고 복부 CT도 촬영했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 끝부분이 원래 있어야 할 복강을 벗어나 대장 벽을 뚫고 장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연구진은 과거 영상을 다시 살펴본 뒤 처음 수술할 때 장이 손상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관이 장벽을 오랫동안 자극하면서 조직을 서서히 손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장 뚫렸는데 복통 없어⋯뇌 감염 위험

대장에는 수많은 세균이 산다. 관이 장벽을 뚫고 들어가면 세균이 관을 따라 거꾸로 올라가 뇌까지 퍼질 위험이 있다.

의료진은 발열과 심한 졸림, 뇌 영상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대장에서 시작된 감염이 뇌 쪽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혈액과 뇌척수액 배양검사에서는 세균이 검출되지 않아 원인균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의료진은 응급수술로 문제가 생긴 관을 제거하고 뇌척수액을 몸 밖으로 빼내는 배액관을 설치했다. 여러 종류의 세균에 작용하는 광범위 항생제도 투여했다. 남성은 치료 후 신경학적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이번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대장에 구멍이 났는데도 복통이나 복막염 증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배 속에서 문제가 생겼지만 환자에게는 발열과 심한 졸림 등 뇌 쪽 이상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뇌실복강단락관을 삽입한 환자에게 원인 모를 발열이나 의식 변화가 나타나면 복부 합병증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 후 오랜 시간이 흘렀거나 배가 아프지 않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락관을 삽입한 사람이 갑자기 심한 두통이나 구토, 발열, 심한 졸림, 의식 변화를 보이면 신속히 진료받아야 한다. 드물지만 관의 이상이나 감염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