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먹는 소금의 성분만 바꿔도 전 세계에서 연간 약 300만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 소금에 들어 있는 나트륨 일부를 칼륨으로 대체하면 혈압이 낮아져 심장병과 뇌졸중, 만성콩팥병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조지국제보건연구소(The George Institute for Global Health)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세계 193개국의 25세 이상 성인 약 46억3000만명을 대상으로 일반 소금을 칼륨 강화 소금으로 대체했을 때의 건강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발표했다.
소금 속 4분의 1, 칼륨 성분으로 바꿨더니
연구팀이 분석에 사용한 칼륨 강화 소금은 일반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NaCl) 75%와 염화칼륨(KCl) 25%로 구성됐다. 기존 소금의 4분의 1을 칼륨 성분으로 바꾼 것인데 일반 소금과 맛이나 조리 방식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칼륨 섭취를 늘릴 수 있다.
연구팀은 세계 각국의 나트륨·칼륨 섭취량과 혈압, 심혈관질환 및 만성콩팥병 발생·사망 자료를 활용해 소금 대체에 따른 건강 효과를 예측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소금부터 가공식품, 외식에 들어가는 소금까지 모두 대체하는 경우를 비롯해 총 5가지 상황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전 세계에서 일반 소금을 칼륨 강화 소금으로 전면 대체하면 심혈관질환과 만성콩팥병으로 인한 사망을 연간 약 296만명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해당 질환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의 14.6%에 해당한다.
질환별로는 심혈관질환 사망 약 279만명, 만성콩팥병 사망 약 17만명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질환의 신규 발생도 연간 약 1017만건(13.1%)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과 장애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건강손실 지표인 장애보정생존연수(DALY) 역시 16.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 세계 인구에 적용하면 약 6943만년이다.
다만 이는 실제로 소금을 바꾼 사람들을 장기간 추적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기존 연구와 국가별 건강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예측치다.

집에서 소금만 바꿔도 연간 185만명 사망 예방
모든 소금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더라도 상당한 건강 효과가 예상됐다.
가정에서 요리하거나 음식에 간을 맞출 때 사용하는 소금만 칼륨 강화 소금으로 대체하면 연간 약 185만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공식품과 외식에 들어가는 소금만 바꿨을 때는 연간 약 156만명의 사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고혈압 환자에게만 적용해도 효과가 있었다. 고혈압을 진단받은 사람들의 가정용 소금을 바꾸면 연간 약 59만명,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로 대상을 좁히면 약 48만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별로는 인구가 많고 소금 섭취량이 높은 중국과 인도 등에서 사망 예방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전체 소금을 대체할 경우 분석 대상 193개국 가운데 133개국(69%)에서 심혈관질환 사망을 1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국가별 식습관에 따라 소금 대체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유럽과 북미는 전체 소금 섭취량의 70% 이상이 가공식품과 외식에서 나온다.
연구에 참여한 브루스 닐 조지국제보건연구소 교수는 "나트륨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고 칼륨은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이 고혈압의 주요 원인"이라며 "칼륨 강화 소금으로 바꾸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개선해 심혈관질환과 신장질환 예방에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주의…고칼륨혈증 위험도 함께 분석
칼륨 강화 소금이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것은 아니다. 특히 신장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체내 칼륨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해 혈중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부정맥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비벡 자 인도 조지국제보건연구소 교수는 "중증 신장질환 환자나 혈중 칼륨 농도를 높이는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환자에게는 제품의 경고 표시와 의료진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25년 발표한 지침에서 일반 소금 대신 칼륨이 첨가된 저나트륨 소금 대체제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신장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칼륨 배출에 장애가 있는 사람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구진은 또 고가인 칼륨 강화 소금의 가격과 공급량, 식품업계의 참여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현재 칼륨 강화 소금은 일반 소금보다 평균적으로 가격이 약 2배 높고, 세계적으로 소금을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