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5일 (목)

세균으로 감염 막는다?…혈액암 환자에게 '미생물 캡슐' 먹였더니

일반 유산균과 다른 신약 'SER-155' 임상…이식 후 혈류감염 10%, 위약군 43%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람의 장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은 장 건강과 감염 위험에 영향을 준다. 미국 연구진은 세균 16개 균주를 조합한 먹는 신약 'SER-155'를 개발해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의 혈액 감염 예방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진은 장내 미생물을 표현한 이미지로 실제 SER-155 균주는 아니다. 그림=Donny Bliss/NIH, CC BY 2.0

장 속 세균이 혈액으로 들어가면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감염을 막기 위해 오히려 세균을 캡슐로 만들어 먹는 치료법이 시험됐다.

연구진은 혈액암 치료를 위해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환자에게 여러 세균을 조합한 캡슐을 투여했다. 그 결과, 세균 등이 혈액에 침입해 감염을 일으키는 '혈류감염'이 위약군보다 적게 발생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됐다. 연구에 사용된 'SER-155'는 미국 바이오기업 세레스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먹는 장내 미생물 치료제다.

감염 예방 겨냥해 세균 16개 균주 정밀 조합

SER-155는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장 점막을 보호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기능을 할 가능성이 있는 세균 16개 균주를 골라 각각 배양한 뒤 캡슐로 만들었다. 균주는 같은 종류의 세균 가운데 유전적 특성이 다른 개별 계통을 뜻한다.

일반 유산균 제품도 특정 균주를 골라 만들지만, SER-155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의 혈액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개발한 의약품 후보라는 차이가 있다.

연구 대상은 혈액암 치료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성인 환자들이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와 백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들어낸다.

이식 과정에서 강한 항암치료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장 점막까지 손상되면 장 속 세균이 혈액으로 들어갈 수 있다. 심하면 패혈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으로 이어진다.

미생물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배양 접시를 다루는 모습.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세균 16개 균주를 조합한 먹는 신약 'SER-155'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치료제 연구와 무관한 일반적인 미생물 실험 장면이다. 사진=Tanzi Afruza

이식 환자 34명 분석…혈류감염 발생률 큰 차이

연구진은 환자 45명을 무작위로 나눠 시험약 또는 위약(가짜 약)을 투여했다. 이 가운데 실제 이식까지 진행한 34명의 결과를 분석했다.

이식 후 100일 동안 혈류감염이 발생한 환자는 SER-155 투여군 20명 중 2명(10%), 위약군 14명 중 6명(42.9%)을 기록했다. 감염 발생률은 약 33%포인트 차이 났으며, 상대적인 감염 위험은 약 77% 낮았다.

연구진은 SER-155 투여에 앞서 항생제 반코마이신을 나흘간 먹게 했다. 기존 장내 세균을 조절해 새로운 균주가 자리 잡기 쉽게 만들려는 조치다. 이어 SER-155를 열흘간 투여했고, 이식 후 면역세포의 일종인 호중구가 회복되자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위약군에는 두 약 대신 가짜 약을 투여했다.

검사 결과, 16개 균주 모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환자 장에서 검출됐다. 장 점막 손상과 전신 염증을 나타내는 일부 지표도 개선됐다.

면역력 약한 환자, 시판 유산균도 감염 위험

연구진은 SER-155로 인한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보고했다. 다만 혈류감염 발생률을 비교한 환자는 34명에 그쳤고, 감염 감소는 연구의 2차 평가 항목이었다. 특히 SER-155 투여군에만 미리 항생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감염률 차이를 신약 자체의 효과로 단정하기 어렵다.

이번 결과를 일반 유산균 제품에도 적용할 수 없다. 조혈모세포이식 환자처럼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은 시판 유산균에 포함된 미생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SER-155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았지만 아직 품목허가는 받지 않았다. 감염 예방 효과와 장기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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