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생각해 흰빵 대신 통곡물빵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통곡물빵도 제품에 따라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때 소비자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건강에 좋다고 믿고 먹었던 통곡물빵도 피해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초가공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식품을 똑같이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같은 통곡물빵이라도 통곡물과 식이섬유 함량, 첨가된 당류와 나트륨 등에 따라 영양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초가공식품이라는 분류 자체보다 실제로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고, 어떤 영양소를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 포장지에 적힌 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같은 초가공식품이라도 영양은 다르다
식품의 가공 정도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노바(NOVA)’ 분류체계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이 개발한 이 체계는 식품을 가공 정도와 목적에 따라 4개 군으로 나눈다. 1군은 과일·채소·달걀·우유 등 비가공 또는 최소 가공식품, 2군은 식용유·설탕·소금 등 요리에 사용하는 가공 원료다. 3군은 기본 식재료에 소금이나 설탕, 기름 등을 더한 가공식품으로 치즈나 일반적인 빵 등이 해당한다. 4군은 향료·유화제 등 산업용 첨가물이나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원료를 활용해 제조한 초가공식품으로 탄산음료, 과자, 일부 포장빵 등이 포함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통곡물빵도 원재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3군 가공식품 또는 4군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통곡물빵과 탄산음료가 같은 초가공식품에 속한다고 해서 영양적 가치까지 같다는 뜻은 아니다.
통곡물빵은 식이섬유와 각종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가당 탄산음료는 당류가 많고 필수 영양소는 적다. NOVA 분류는 식품의 가공 특성을 구분하는 기준이지, 영양적 가치를 직접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의학·과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한 스웨덴 예테보리대와 스웨덴 식품청의 공동 연구에서도 이런 차이가 지적됐다.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높은 성인의 식단은 전반적으로 첨가당이 많고 식이섬유와 통곡물이 적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초가공식품에는 탄산음료나 과자뿐 아니라 일부 통곡물빵과 영양 강화 곡물식처럼 영양소를 공급하는 식품도 포함됐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초가공식품의 섭취량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식품을 섭취했는지, 실제 영양 구성은 어떠한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통곡물이 얼마나 들었는지부터 확인
빵을 고를 때 먼저 볼 것은 원재료명이다. ‘통곡물’이나 ‘잡곡’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실제 통곡물 함량을 알기 어렵다. 통밀·통귀리·통호밀 중 무엇을 사용했는지, 함량이 표시돼 있다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하자. 갈색이거나 곡물 알갱이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캐나다 보건부도 통곡물 제품을 고를 때 원재료명 앞부분에 통곡물이 기재돼 있는지 살피도록 안내한다. 통곡물 함량을 확인했다면 영양정보에 표시된 식이섬유도 함께 비교할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식이섬유가 의무 표시 항목이 아니므로, 표시가 없다고 함량이 ‘0’이라는 뜻은 아니다.
통곡물 넣었다고 당류·나트륨까지 적지는 않다
다음은 당류·나트륨·포화지방이다. 통곡물이 들어간 빵에도 설탕이나 소금, 지방이 더해질 수 있다. 통곡물 함량이 높다는 장점만 보지 말고, 같은 종류의 제품 중 이들 성분이 상대적으로 적은지도 살펴야 한다.
비교할 때는 중량을 맞추는 것이 먼저다. 한 제품은 한 조각당, 다른 제품은 100g당 영양성분을 표시할 수 있어서다. 가령 당류가 50g짜리 한 조각에 3g인 빵은 100g으로 환산하면 6g이다. ‘100g당 5g’인 빵보다 표시된 숫자는 작지만 같은 양을 먹으면 당류는 더 많다. 식약처도 영양정보의 표시 단위와 총내용량을 확인해 실제 섭취량을 계산하도록 안내한다.
통곡물빵을 초가공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를 필요도, 통곡물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식이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포장지에서 통곡물과 식이섬유를 확인하고, 같은 양을 기준으로 당류·나트륨·포화지방까지 비교하는 것이 더 구체적인 선택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