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쳤더라도 재발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암이다. 특히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HR+)·HER2 음성(HER2-)’ 유방암은 장기적인 재발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유형이다.
HR+/HER2- 유방암은 치료 후 5년이 지나도 재발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10~20년 뒤에도 암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한국노바티스가 4일 서울 여의도 IFC홀에서 개최한 ‘키스칼리 오픈 캠퍼스’에서 “HR+/HER2- 유방암은 20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첫 치료로부터 30년이 지난 뒤 재발한 환자를 경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술로 암 제거해도 남아 있는 미세 암세포⋯장기 재발 원인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유방암이 다시 나타나는 데에는 몸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암세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제거하더라도 일부 암세포가 몸 속에 남아 있다가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를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에 비유했다. 수술 후 시행하는 항암치료나 추가 약물치료는 몸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억제해 향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내 유방암 환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치료 후에도 살아갈 시간이 길어 당장의 치료 성과뿐 아니라 수년, 수십 년 뒤의 재발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키스칼리 6년 추적 연구⋯전체 사망 위험 19.1% 감소
이런 가운데 최근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재발 위험을 낮추고 장기 생존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노바티스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6)에서 발표된 유방암 치료제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 ‘NATALEE’ 연구의 6년 장기 추적 결과를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발 위험이 있는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 51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여성호르몬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존 호르몬 치료(내분비요법)에 키스칼리를 3년간 추가한 환자군과 내분비요법만 받은 환자군을 비교해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전체 생존기간(OS)을 평가한 결과, 중앙 추적기간 66.5개월 시점에서 키스칼리 병용군의 사망 위험은 내분비요법 단독군보다 19.1% 낮았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29.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과 관련된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암의 재발이나 새로운 침습성 암 발생, 사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 분석에서 키스칼리 병용군은 내분비요법 단독군보다 관련 사건 발생 위험이 25.9% 낮았다. 두 치료군의 6년 시점 iDFS 차이는 5.3%포인트로, 5년 시점의 4.1%포인트보다 확대됐다.
재발 위험 감소 넘어 생존 성과까지⋯고위험군 선별 중요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재발 위험 감소뿐 아니라 환자의 장기 생존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기 유방암은 치료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치료법이 실제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전체 생존기간은 항암제의 장기 치료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지만, 조기 유방암은 관련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재발 관련 지표의 개선이 장기 추적에서도 유지되는지, 이러한 효과가 전체 생존으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는 주변 림프절로 암이 전이된 환자뿐 아니라 림프절 전이가 없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도 포함됐다.
박 교수는 림프절 전이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재발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종양의 크기와 악성도, 암세포 증식 정도 등에 따라 재발 위험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환자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살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환자별 재발 위험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CDK4/6 억제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급여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하느냐가 환자들이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데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