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질환 검사를 받던 84세 여성의 간에서 무려 17cm에 달하는 거대한 덩어리가 발견됐다. 하지만 환자는 위험한 수술을 거부했고, 의료진도 수술 대신 1년 동안 상태를 지켜보기로 결정한 사례가 전해졌다.
일본 도쿄베이 우라야스·이치카와 의료센터 의료진이 보고한 사례다. 의료진은 오래된 피가 고여 생긴 ‘혈종’을 의심했다. 암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했지만, 고령에 심부전까지 앓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치료 방향을 정했다.
숨차고 팔다리 부어 병원행…검사 중 거대한 간 덩어리 발견
여성은 약 한 달 전부터 양쪽 다리가 붓고 움직일 때 숨이 찼다. 부기는 점차 팔까지 번졌다. 병원을 찾은 날에는 갑자기 숨이 더 차고 걷기 어려워져 구급차로 응급실에 이송됐다.
검사 결과 심부전으로 진단됐다. 심장이 혈액을 충분히 내보내지 못하는 상태다. 의료진은 폐혈관이 혈전으로 막혔을 가능성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폐혈관이 막힌 흔적은 없었다. 대신 간 오른쪽에서 큰 덩어리가 발견됐다. 추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크기는 13×14×17cm로 측정됐다.
의료진은 ‘만성 팽창성 혈종’을 의심했다. 몸 안에 피가 고인 덩어리가 오래 남아 서서히 커지는 질환이다. 주변의 만성적인 염증과 작은 출혈이 반복되며 크기가 커질 수 있다. 외상이나 수술 뒤 생기는 경우가 있지만, 이 여성에게는 배를 다치거나 복부 수술을 받은 이력이 없었다.
MRI에서는 서로 다른 시기에 생긴 출혈이 섞여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얼룩덜룩한 모습이 보였다. 덩어리 내부가 조영제에 뚜렷하게 반응하지 않는 점도 혈종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간암 관련 혈액검사 수치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결과만으로 모든 종류의 암을 제외할 수는 없었다.
수술 권했지만 환자 거부…1년간 크기 변화 없이 유지
외과 의료진은 암 가능성이 남아 있어 수술로 제거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여성은 조직검사와 수술을 원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나이와 심장 상태, 영상검사 결과를 함께 살핀 뒤 충분한 설명을 거쳐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환자의 나이와 동반된 심부전, 환자의 뜻을 고려해 CT로 경과를 관찰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을 떼어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단은 ‘혈종 의심’으로 남았다.
이후 약 3개월 간격으로 CT를 촬영했다. 3개월과 6개월, 9개월, 12개월 검사에서 덩어리의 크기는 커지지 않았다. 1년 뒤 여성은 걸을 수 있었고, 복통이나 배가 불러오는 증상도 없었다. 피부와 눈이 노래지는 황달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의료진은 “12개월간 크기가 커지지 않았다는 점은 안심할 만하지만, 천천히 자라는 암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검사를 이어가고, 덩어리가 커지거나 내부에 새로운 조직이 나타나면 추가 검사와 치료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미국증례보고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