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차례 항암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가 새로운 먹는 항암제를 복용한 뒤 영상검사에서 암 병변이 보이지 않는 '완전반응'을 보였다. 처음에는 종양 크기가 줄어들더니 치료를 이어가면서 검사상 암 병변이 사라졌다. 다만 환자 한 명에게서 나타난 결과여서 신약의 효과를 판단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 바이오기업 아크리본 테라퓨틱스는 10월 29일(현지시간) 개발 중인 항암제 'ACR-2316'의 임상 1·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의 티머시 얍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로, 폐암과 자궁내막암 등 여러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종양 줄어든 뒤 PET 검사에서도 암 활동 안 보여
완전반응을 보인 환자는 편평세포 비소세포폐암을 앓고 있었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편평세포암은 그중 하나다.
환자는 앞서 네 단계의 전신 항암치료를 거쳤다. 이후 임상시험에 참여해 ACR-2316을 단독으로 복용했다.
처음에는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부분반응'을 보였다. 약을 계속 복용하자 영상검사에서 암 병변이 보이지 않는 완전반응에 도달했다. 암세포의 대사활동을 살펴보는 PET 검사에서도 암을 의심할 만한 비정상적인 활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암 치료효과 평가기준에 따라 완전반응을 판정했다. 다만 완전반응이 곧 완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영상검사로 찾아내기 어려운 암세포가 몸속에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완전반응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이나 이후 유지 기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른 폐암 환자들에게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폐선암 환자 여러 명은 1년 넘게 치료를 이어갔고, 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는 종양이 줄어드는 부분반응이 나타났다.

암세포의 분열 조절장치 두 곳 동시 차단
ACR-2316은 암세포의 분열을 조절하는 두 단백질 'WEE1'과 'PKMYT1'을 동시에 억제하는 먹는 항암제다.
정상 세포는 유전물질인 DNA가 손상되면 분열을 잠시 멈추고 이를 복구한다. 암세포 역시 이런 기능에 의존한다. 특히 DNA 손상이 많이 쌓인 암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손상을 복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ACR-2316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두 단백질의 작용을 막는다. 암세포가 손상된 DNA를 충분히 복구하지 못한 채 분열하도록 유도해 죽게 만드는 원리다. 다만 이런 작용이 환자에게 얼마나 큰 치료 효과를 내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아크리본은 앞서 8월에도 초기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약을 투여받은 환자는 35명이었다. 이 가운데 치료 효과를 평가할 수 있었던 폐암 환자 7명 중 2명은 종양이 줄었고, 4명은 암이 더 커지지 않았다. 나머지 1명에게선 암이 진행했다.
다만 폐암 환자 7명의 결과만으로는 신약의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회사는 이번 완전반응 사례를 포함한 전체 환자의 치료 성적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부작용으로 혈액 속 호중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주로 나타났다. 호중구는 세균 감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회사는 호중구 감소가 대체로 일시적이었고 뚜렷한 증상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연구진은 현재 임상시험을 확대해 적절한 투여 용량과 치료 효과를 살피고 있다. 췌장암 환자도 연구 대상에 추가했다.
이번 결과는 기존 항암치료를 여러 차례 받은 일부 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환자 한 명의 완전반응만으로 생존기간 연장이나 장기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오는 11월 2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 암 치료제 학술회의에서 자세한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