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들수록 근육이 약해지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몸이 노쇠해지기 때문이 아니라, 세포 안에서 손상이 늘어나면 근육이 강한 힘을 내는 능력을 일부 포기하고, 손상에 견디는 방향으로 성질을 바꾸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노화한 근육에서 나타나는 변화 가운데 일부가 세포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파비안 핑거 조교수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내 지방 분자인 ‘카디오리핀(cardiolipin)’의 감소가 노화에 따른 근섬유 변화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발표했다.
근육을 구성하는 근섬유는 크게 속근섬유와 지근섬유로 나뉜다. 속근섬유는 빠르고 강한 힘을 내지만 쉽게 지치고, 지근섬유는 오랫동안 움직임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지근섬유에는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이 들어 있다.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은 떨어지는데, 오히려 미토콘드리아에 크게 의존하는 지근섬유의 비율은 높아진다. 연구진은 이 역설적인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살폈다.
연구진이 주목한 카디오리핀은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주로 존재하며, 내막의 주름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방 분자다. 이 구조가 제대로 유지돼야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생쥐와 사람의 근육 시료를 분석해 노화에 따라 카디오리핀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카디오리핀 감소와 함께 미토콘드리아의 구조와 기능에도 이상이 나타났다.
이어 카디오리핀 감소가 근육 변화를 직접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린 생쥐의 근육에서 카디오리핀 수치를 실험적으로 낮췄다. 그러자 자연적인 노화 과정과 비슷하게 속근섬유에서 지근섬유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났다. 카디오리핀 농도를 정상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회복시키자 근육 소모가 개선되기 시작했고, 카디오리핀이 부족한 생쥐에서 나타났던 조기 사망도 예방됐다.
추가 실험에서는 근섬유 전환을 유도하는 과정이 드러났다. 카디오리핀이 부족해지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에서 활성산소종(ROS)이 더 많이 생성됐다. 활성산소종은 세포 구조를 손상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세포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했다. 이 신호가 속근섬유에서 지근섬유로의 전환을 촉진했다.
이 과정에서는 ‘ERRγ’라는 단백질이 중심 역할을 했다. ERRγ는 미토콘드리아를 재구성하고 근섬유의 특성을 바꾸는 반응을 조율했다. 연구진이 배양한 근육 세포에서 이 단백질을 억제하자 근섬유 유형의 전환이 멈췄다. 카디오리핀이 부족한 근육 세포에 항산화제를 처리해 활성산소종을 줄였을 때도 전환이 덜 뚜렷해졌다.
변화한 근육은 포도당을 사용하는 방식도 달랐다. 카디오리핀이 부족한 생쥐의 근육은 혈액에서 더 많은 포도당을 흡수했다. 연구진이 특수 표지한 포도당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근육 세포는 추가로 흡수한 포도당을 주로 에너지 생산에 쓰는 대신 자체 항산화 물질을 만드는 데 활용했다. 늘어난 활성산소종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었다.
핑거 조교수는 근섬유 전환을 두고 근육이 힘을 내는 능력을 희생하는 대신 보호 기능을 얻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응을 방해하면 오히려 근육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진이 생쥐에게 활성산소종을 제거하는 항산화제를 투여했을 때 근육 상태는 좋아지지 않고 더 나빠졌다.
이번 연구는 카디오리핀을 회복시키는 접근이 노화에 따른 근육 소모를 치료할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기전과 근육 소모의 개선 효과는 생쥐와 배양 세포 실험에서 확인됐다. 사람의 근육 시료에서는 나이에 따른 카디오리핀 감소를 확인했으며, 이를 회복시키는 치료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