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통에 시달리던 80대 남성의 뇌에서 검은 곰팡이 덩어리가 발견됐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악성 종양이 의심됐지만, 뇌내시경으로 들여다보니 검푸른 덩어리가 자라고 있었다. 떼어낸 조직에선 종양세포 대신 곰팡이가 나왔다.
일본 가고시마대학교 의학부의 사이토 히로노리 등 연구진은 이 사례를 국제학술지 《신경외과학 증례 교훈(Journal of Neurosurgery: Case Lessons)》에 지난 5일 발표했다.
악성 뇌종양 의심했는데⋯내시경에 나타난 검은 덩어리
남성은 한 달가량 두통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과거 폐암과 위암, 대장암을 앓았지만 당시 열이 나거나 뚜렷한 신경학적 이상은 없었다.
MRI 검사 결과, 좌우 대뇌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신경다발인 뇌량과 뇌실 주변에서 이상 병변이 발견됐다. 뇌실은 뇌척수액이 흐르는 뇌 안쪽 공간이다. 한 달 사이 병변이 커지자 의료진은 악성 뇌종양을 의심하고 조직검사를 결정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뇌를 침범하는 희귀 곰팡이인 '클라도피알로포라 반티아나'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어떻게 뇌까지 들어갔을까?
이 곰팡이는 흙 등 자연환경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사람이 곰팡이 입자를 들이마시거나 작은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되면 혈액 등을 타고 뇌까지 퍼질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남성은 평소 정원 가꾸기를 즐겨 흙과 자주 접촉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폐나 피부 등에서 감염이 시작된 흔적을 찾지 못했다. 정원 가꾸기 중 감염됐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곰팡이는 왜 검게 보였을까. 비밀은 세포벽에 풍부한 멜라닌 색소에 있다. 사람의 피부와 머리카락 색을 결정하는 색소와 같은 종류다. 멜라닌은 곰팡이가 인체 면역세포의 공격을 견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곰팡이는 뇌를 잘 침범하는 특성도 있다. 면역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도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의료진은 항진균제인 이사부코나졸을 투여했지만 감염은 호전되지 않았다. 곰팡이가 뇌 깊은 곳까지 퍼진 데다 중요한 신경조직과 혈관을 둘러싸고 있어 충분히 제거하기도 어려웠다. 남성은 치료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숨졌다.
연구진은 뇌의 곰팡이 감염이 MRI에선 악성 종양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실 안으로 돌출된 병변은 곰팡이 균사가 자란 흔적일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곰팡이 감염은 극히 드물다. 일반적인 두통을 곰팡이 감염과 연결할 필요는 없다. 다만 평소와 다른 두통이 계속되거나 점차 심해진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