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내 기생충을 없애는 약이 자궁내막증 치료 후보로 떠올랐다. 기존 구충제를 병변 속 특정 면역세포에 전달하도록 바꾸자, 생쥐 실험에서 병변이 줄고 통증 반응도 완화됐다. 가임기 여성 약 10명 중 1명이 겪는 자궁내막증에 새로운 비호르몬 치료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미시간대 약학과 안잘리 샤르마 교수와 워싱턴주립대 분자생명과학부 하야시 가나코 교수 공동 연구진은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를 활용해 자궁내막증의 진행에 관여하는 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약물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스(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발표됐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을 덮는 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자궁 밖에서 자라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자궁내막증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인용한 공개 자료에 따르면, 자궁선근증을 포함한 자궁내막증 진료 환자는 2019년 13만5107명에서 2024년 20만8531명으로 5년 사이 약 54% 증가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니클로사마이드가 자궁내막증 병변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약물이 물에 잘 녹지 않고 필요한 세포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질환 진행에 관여하는 ‘엽산 수용체 베타(FRβ)’를 지닌 대식세포에 약물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식세포는 면역세포의 한 종류다.
연구진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은 분자인 ‘덴드리머’에 니클로사마이드를 결합했다. 여기에 엽산을 붙여 FRβ를 지닌 대식세포가 약물을 받아들이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만든 약물은 물에 더 잘 녹았고, 표적 세포 안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됐다.
연구진은 자궁내막증 생쥐 모델에 변형 약물을 한 차례 복강 주사한 뒤 2주 후 효과를 평가했다. 투여량은 니클로사마이드 기준 체중 1㎏당 25㎎ 또는 50㎎이었다. 약물 전달체는 병변에 모이고 FRβ를 지닌 대식세포 안으로 선택적으로 들어가는 특성을 보였다.
실험 결과, 치료받은 생쥐는 병변 내 FRβ 양성 대식세포가 줄었고 병변의 수와 부피도 감소했다. 자궁내막증과 관련해 통증 자극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각과민도 뚜렷하게 완화됐다.
이번 연구는 자궁내막증 병변의 특정 면역세포에 구충제를 전달하는 방식이 비호르몬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