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앞으로 튀어나오고 사물이 두 개로 보인다. 심하면 시력까지 잃을 수 있는 갑상선 안병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병을 집에서 직접 주사해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미국에서 처음 승인됐다.
스위스 로슈 그룹의 미국 제약사 제넨텍(Genentech)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일본 주가이제약이 개발한 '엔스프링(Enspryng·사트랄리주맙)'을 성인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환자나 보호자가 주사법을 배운 뒤 집에서 투여할 수 있는 첫 피하주사제다. 염증이 활발한지, 병을 앓은 지 얼마나 됐는지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갑상선 안병증은 면역체계가 눈 주변 조직을 잘못 공격하면서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그레이브스 안병증'이라고도 한다. 눈 주변 조직이 붓고 두꺼워지면 안구가 앞으로 튀어나오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가 나타난다. 주로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에게 발생하지만 갑상선 기능이 정상인 사람도 걸릴 수 있다.
엔스프링은 염증을 일으키는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인터루킨-6 수용체(IL-6R)를 차단하는 항체 치료제다. 이 수용체의 작용을 막아 눈 주변 조직의 염증과 부종을 줄인다. 주가이제약은 약물이 체내에서 오래 작용하도록 자체 개발한 항체 재활용 기술도 적용했다.
안구돌출 2mm 이상 줄어든 환자 52.9%⋯다른 3상은 목표 미달
FDA는 19개국 환자 258명이 참여한 임상 3상 두 건(SatraGO-1·2)의 결과를 근거로 승인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세사르 브리세뇨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7일 《안과학(Ophthalmology)》에 발표됐다.
127명이 참여한 SatraGO-2에서는 치료 24주째 염증이 활발한 환자 중 안구가 2mm 이상 덜 튀어나온 비율이 엔스프링 투여군 52.9%, 위약(가짜 약)군 23.4%를 기록했다. 치료한 눈의 돌출이 줄어드는 동시에 반대쪽 눈은 2mm 이상 더 튀어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적용했다.
사물이 겹쳐 보이는 증상도 줄었다. 처음에 복시가 있던 활동성 환자 중 증상이 한 단계 이상 좋아진 비율은 엔스프링 투여군 60.7%, 위약군 25.8%를 기록했다. 두 항목 모두 위약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염증이 활발한 환자와 가라앉은 환자를 모두 포함하면 안구돌출 개선율은 엔스프링 투여군 46.9%, 위약군 22.2%였다.
다만 두 임상시험 모두 주요 목표를 달성한 것은 아니다. 131명이 참여한 SatraGO-1에서는 안구돌출 개선율이 엔스프링 투여군 49.0%, 위약군 31.2%였다. 엔스프링 투여군에서 개선된 환자가 더 많았지만,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연구진이 미리 정한 주요 평가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기존 약은 정맥주사⋯엔스프링, 한국선 다른 질환에만 허가
FDA는 2020년 '테페자(Tepezza·테프로투무맙)', 올해 6월 '룸보아(Lumvoa·벨리그로투그)'를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두 약 모두 정맥주사제다. 테페자는 3주 간격으로 총 8회, 룸보아는 같은 간격으로 총 5회 투여한다.
반면 엔스프링은 피부 아래에 약물을 주입하는 피하주사제다. 처음 세 차례는 2주 간격으로 맞고 이후에는 4주마다 투여한다. 체중이 40~100kg이면 120mg, 100kg을 초과하면 180mg을 투여한다. 의료진에게 주사법을 배운 환자나 보호자가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약이 작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테페자와 룸보아는 갑상선 안병증에 관여하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차단한다. 엔스프링은 IL-6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다. 다만 세 약을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은 없어 어느 약이 더 효과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엔스프링 투여군의 5.3%가 상기도 감염을 겪었고, 5.3%는 간 기능을 살펴보는 지표인 ALT 수치가 상승했다. 위약군에서는 각각 2.4%, 0.8%였다. 심각한 감염 위험도 있어 치료 전에 B형간염과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치료 중에는 간 기능과 감염 방어에 중요한 백혈구인 호중구 수치도 검사해야 한다.
엔스프링이 이번에 처음 승인된 신약은 아니다. FDA는 2020년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NMOSD) 치료제로 처음 승인했다. 이번에 갑상선 안병증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한국에서는 2021년 4월 시신경척수염범주질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2023년 12월부터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미국에서 승인된 갑상선 안병증은 아직
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30일 정맥주사제 '테페자'(테프로투무맙)가 중등도~중증 성인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 처음 허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