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루언서 아옳이가 자신의 사진과 여권 이미지가 로맨스스캠에 도용된 정황을 공개했다.
아옳이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로맨스스캠 피해자로 추정되는 외국인 남성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아옳이는 자신이 사기범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남성은 여전히 아옳이를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남성은 아옳이의 얼굴이 담긴 가짜 여권 이미지까지 전달받은 상태였다.
로맨스스캠은 온라인에서 연인 관계를 가장해 신뢰를 쌓은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 사진을 도용당한 사람도 억울하지만, 가짜 연인을 진짜라고 믿었던 피해자도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피해자들은 왜 상대가 가짜라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사기인 줄 몰랐던 이유?”…피해자들이 꼽은 것은 ‘외로움’

로맨스스캠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히 사기 수법이 정교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외로움과 정서적 친밀감에 대한 욕구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학술지 《노화의 혁신(Innovation in Aging)》에 발표된 연구 초록에 따르면, 미국 로맨스스캠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참여자 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사기범과 관계를 맺게 된 데 영향을 준 요인으로 ‘외로움’이 가장 많이 꼽혔다. 사기 수법이 얼마나 정교한지 알지 못했다는 응답이 그다음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피해자에게 상대의 관심과 애정 표현이 단순한 온라인 대화를 넘어 외로움을 달래주는 중요한 관계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오랜 시간 쌓아온 감정이 깊을수록 상대의 정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마주하는 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돈보다 더 아픈 것은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

로맨스스캠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금전적 손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제학술지 《범죄학과 형사사법(Criminology & Criminal Justi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일부 로맨스스캠 피해자들은 돈을 잃은 것보다 자신이 사랑했다고 믿었던 사람과의 관계를 잃는 데 더 큰 고통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에게 사기범은 단순히 돈을 요구한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하며 미래를 기대했던 연인이었다. 그러나 사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믿어왔던 상대의 신원과 애정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결국 상대가 사기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실감은 일부 피해자가 명백한 증거를 접하고도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적 배경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왜 그런 사람을 믿었어?”…비난보다 필요한 것은
로맨스스캠 피해자에게 주변 사람들의 비난은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피해자는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자신이 속았다는 수치심과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회복을 도우려면 잘못된 판단을 지적하기보다 피해 경험을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지지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왜 속았는지 따져 묻기보다, 그들이 무엇을 잃었는지 먼저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피해자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교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노화의 혁신(Innovation in Aging)》 연구에서는 피해자 지원 모임이 회복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도 살펴봤다. 연구진이 온라인 지원 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미국 로맨스스캠 피해자 67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서적 지지를 얻는 과정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87%는 지원 모임에서 피해에 대처하는 데 유용한 정보와 자원을 얻었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모임에서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사기 수법과 피해 대처 방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고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