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했던 20대 남성이 전날 만든 쌀밥 음식을 다시 데워 먹은 뒤 간 이식을 검토해야 할 만큼 위중한 상태에 빠진 사례가 보고됐다. 의료진은 음식과 환자의 혈액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의 독소를 확인하고, 이 독소에 의한 중독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례는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MC 로테르담 대학병원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BMJ 증례보고(BMJ Case Reports)》에 ‘Fulminant multi-organ failure associated with cereulide-producing Bacillus cereus after consumption of improperly stored rice’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간 이식까지 검토…집중 치료로 위기 넘겨
환자는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20대 초반 남성으로, 저녁 식사 후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채로 발견됐다. 남성은 전신 발작 증세를 보였으며, 구급대가 측정한 혈당은 기기로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낮았다.
병원 검사에서 확인된 심각한 간 손상은 이후 간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급성 간부전으로 악화됐다. 혈액에는 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암모니아가 쌓였으며, 신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여러 장기에 문제가 생기자 의료진은 남성을 간 이식이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져 긴급 간 이식 대기 명단에 올랐다.
의료진은 포도당을 투여해 혈당을 안정시키고, 혈액에 쌓인 암모니아 등 노폐물을 줄이는 약물과 투석 치료를 시작했다. 인공호흡기와 혈압을 유지하는 약물로 호흡과 혈액순환도 도왔다.
입원 3일째부터 간 기능을 나타내는 검사 수치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4일째에는 간 이식 대기 명단에서 제외할 만큼 상태가 나아졌다. 뒤이어 신장 기능도 회복됐다.
남성은 입원 12일째 지역 병원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2주간 더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이후 재활을 거쳐 직장에도 복귀하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다. 추적 검사에서 영구적인 간 손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벼운 손 떨림은 남았다고 보고됐다.
같은 음식 먹은 형제도 구토·설사…남은 음식에서 독소 확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의료진은 가족에게 식사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들었다. 남성이 먹은 것은 전날 집에서 만든 쌀밥 요리였다. 다음날 주방 조리대에 그대로 놓여 있던 이 음식을 남성이 다시 데워서 먹었고, 이후 컨디션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당시 실내 온도는 30℃가 넘었다.
같은 음식을 먹은 형제도 구토와 설사를 했으나, 증상은 이틀 이내에 가라앉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반면 남성은 구토나 설사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연구진은 구토를 하지 않아 독소가 몸에 더 많이 흡수됐을 수 있다고 봤다.
가족이 식사 직후 냉동해 둔 남은 음식을 분석한 결과,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라는 세균이 만드는 독소인 세레울라이드(cereulide)가 매우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입원 당시 채취한 환자의 혈액에서도 같은 독소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러한 검사 결과와 증상 발생 시점 등을 종합해 심각한 세레울라이드 중독으로 판단했다.
조리한 밥 오래 실온에 두지 말아야…남은 음식은 냉장 보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바실러스 세레우스는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존재하며 농작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세균이다. 세균 자체는 가열로 죽을 수 있지만, 이 균이 만드는 포자(아포)는 열에 강해 조리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후 보관 조건에 따라 포자에서 나온 세균이 증식하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균에 의한 식중독은 구토형과 설사형으로 나뉜다. 구토형은 볶음밥이나 파스타 등 곡류가 주재료인 음식과 관련이 있으며, 보통 섭취 후 1~5시간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설사형은 육류나 수프 등 다양한 음식이 원인이 될 수 있고, 증상은 대체로 섭취 후 8~15시간 뒤에 나타난다.
식품안전나라는 세레우스균 식중독 예방을 위해 식재료를 깨끗이 씻고, 음식을 충분히 가열해 조리하도록 안내한다. 다만 열에 강한 포자는 조리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어 보관에도 주의해야 한다. 조리한 음식은 오래 보관하지 말고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한다. 바로 먹지 않을 음식은 실온에 두지 말고 냉장 보관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밥을 실온에 오래 두면 왜 식중독이 생길 수 있나요?
A. 쌀에 있던 바실러스 세레우스의 포자는 밥을 짓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후 밥을 실온에 오래 두면 세균이 증식하고 독소를 만들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Q2. 실온에 둔 밥도 다시 뜨겁게 데우면 안전한가요?
A.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바실러스 세레우스가 만드는 구토형 독소인 세레울라이드는 열에 강해 일반적인 재가열로 충분히 제거되지 않습니다.
Q3. 남은 밥은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요?
A. 실온에 오래 두지 말고 신속히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먹을 만큼만 조리하고, 조리한 음식은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