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 (금)

‘살 빼는’ 주사 대신 알약으로⋯‘먹는 GLP-1’ 경쟁 본격화되나

中 공복 제한 없는 사피글리프론 3상서 혈당 개선⋯최고 용량 체중 4.8% 감소 미국선 오포글리프론 이미 승인⋯위고비·마운자로 급성장한 한국도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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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비만치료제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만·당뇨병 치료제 시장을 뒤흔든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치료제가 주사에서 알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먹는 GLP-1 비만치료제가 등장한 데 이어 최근 중국에서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후보물질도 임상 3상에서 혈당 강하 효과를 확인했다. 국내에서도 위고비·마운자로를 중심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차세대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월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은 먹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사피글리프론(safiglipron·HRS-7535)’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이번 연구엔 중국의학과학원·베이징협화의학원 소속 베이징협화의학원병원 내분비내과와 장쑤헝루이제약 임상연구개발부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공복·식사 시간 챙길 필요없는 비만치료제

사피글리프론은 하루 한 번 먹는 소분자 치료제로, 기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달리 공복이나 식사 시간에 맞춰 복용할 필요가 없다.

기존 GLP-1 치료제 대부분은 펩타이드 구조라 위장관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주사제로 개발됐다. 먹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를 일부 해결했지만, 공복 상태에서 제한된 양의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다. 반면 사피글리프론과 같은 비펩타이드 소분자 치료제는 이런 복용 제한을 줄일 수 있다. 같은 계열의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도 여러 임상 3상에서 혈당과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중국 46개 의료기관에서 식사와 운동만으로 혈당을 관리하던 초기 2형 당뇨병 환자 284명을 사피글리프론 30mg·60mg·90mg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했다. 참가자의 평균 당화혈색소(HbA1c)는 7.95%, 체중은 77.5kg이었다.

32주 뒤 다화혈색소가 7% 미만으로 떨어진 비율은 30mg군 71.4%, 60mg군 77.1%, 90mg군 77.8%로 위약군(25%)보다 높았다. 체중은 60mg군에서 평균 3.45%, 90mg군에서 4.78% 감소했고 위약군은 1.22% 줄었다. 위약과 비교한 체중 감소 폭은 각각 2.23%p와 3.56%p였다. 30mg군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용량이 늘수록 위장관 부작용은 증가했다. 위장관 이상반응을 경험한 비율은 30mg군 44.3%, 60mg군 60.0%, 90mg군 73.6%였다. 90mg군에서는 6.9%가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대부분은 경증 또는 중등도였으며 시험 중 사망자는 없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사피글리프론의 비만치료 효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만 환자의 체중감량을 평가한 게 아니라 중국의 초기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인 데다 참가자도 모두 아시아인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또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와 직접 비교하지도 않았다.

이미 시작된 ‘GLP-1 알약’ 경쟁

사피글리프론이 첫 먹는 GLP-1 치료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펩타이드 계열의 먹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이미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소분자 GLP-1 치료제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오포글리프론과 사피글리프론은 비펩타이드 소분자다.

이에 따라 GLP-1 시장의 경쟁축도 ‘얼마나 많이 살을 빼느냐’에서 주사 없이 얼마나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는지, 가격과 부작용·공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위고비·마운자로가 시장 키워

국내에서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위고비가 2024년 10월, 마운자로가 2025년 8월 국내 출시되면서 주 1회 투여하는 두 제품이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GLP-1 비만치료제인 삭센다의 비중은 크게 줄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후속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겨냥하는 삼중작용제 HM15275 등 후속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경구 흡수 플랫폼 ‘오랄링크(ORALINK)’를 활용한 먹는 GLP-1 계열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후속 치료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바이오·제약 행사에서도 ‘GLP-1 이후’가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28~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는 올해 차세대 비만치료제 시장을 다루는 ‘포스트 GLP-1(Post-GLP-1)’ 세션을 마련했다. 행사에는 전 세계 300여 개 기업과 90명 이상의 국내외 연사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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