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생성형 AI(인공지능) 사용이 확산하면서 자신의 건강 문제까지 AI에 상담하는 등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AI에 건강 관련 질문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생성형 AI에게 건강과 관련한 질문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서 불안과 우울 증상이 더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대학에 재학 중인 미국 성인 9만6000여 명의 자료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건강 상담 용도로 생성형 AI를 사용한 사람 중 약 52%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불안 증상이 관찰됐다. 건강 문제에 AI를 사용한 적 없는 집단에 비해 9%p 높았다.
우울 증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AI 사용군은 47%가 우울 증상을 보인 반면, 비사용군은 약 38%였다. 역시 9%p 정도의 차이다.
이런 경향성은 연령, 인종, 성별, 경제수준 등 다른 조건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일관적으로 유지됐다.
AI에게는 ’반복 질문’ 쉬워⋯그 과정에서 불안감 증폭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생성형 AI에게 건강 질문을 상담하면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이 나타난다’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 그러면서 “단순히 관련성만 확인했을 뿐,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오히려 이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AI와 사용자의 소통 방식이다.
건강에 대한 걱정이 있는 사람은 AI에게 반복적으로 여러 질문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용자가 몸의 이상을 느낀 상황에서 AI에 증상을 물어보고, 답을 얻더라도 비슷한 새로운 의문이 생기면 다시 조언을 구하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정보가 담긴 웹페이지를 한 번에 제시하는 일반적인 검색엔진과 달리,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직접 답하고 추가 질문에도 실시간 대화를 이어간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같은 걱정을 계속 곱씹거나 건강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연구를 주도한 유센 자이 플로리다대 교수는 “문제는 AI가 제공하는 여러 답변 가운데 틀린 정보가 있더라도 이용자가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AI 답변이 대체로 자연스럽고 확신에 찬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자이 교수는 AI에게 건강 관련 정보를 묻는 행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의료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증상을 이해하는 첫 단계로는 접근성이 높은 훌륭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스스로 안심하기 위해 계속해서 같은 문제를 되묻기보다, 자신의 상태를 더 잘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대 연구팀의 이번 분석 결과는 국제학술지 《상담·발달 저널》에 16일(현지시간) 게재됐다.
“AI, 너무 친절해서 오히려 문제⋯지나친 신뢰감이 악영향”
생성형 AI에 의존하며 생기는 문제점은 한국의 의료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김달용 동국대 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전문적 의학 지식이 없는 사람이 AI와의 대화에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답변을 워낙 빠르고 그럴듯하게 제공하고, 심지어 잘못된 근거를 당당하게 제시하는 사례도 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증상과 병기, 치료법이 다양한 암 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정보를 얻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라고 봤다. 특히 여러 환자를 진료하는 현실상 한 명에게 충분한 시간을 쏟기 어려운 대형병원 환자들은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는 설명이다.
AI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다’는 것을 꼽기도 했다. 환자 입장에서 의사의 진료는 까다로운 ‘잔소리’로 인식되지만, AI는 자신의 말을 더 믿어주는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환자들의 사용을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생성형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진료 시기를 놓치거나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AI는 단순 참고용으로 사용하고, 실제 의료 행위 관련 상담은 의료진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