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2일 (화)

“추석 연휴가 두렵다”… 중년 엄마의 의사 아들 걱정, 왜?

[김용의 헬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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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에도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들이 많다. 이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아쉬운 시기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절에 제일 바빠요. 밥 먹을 시간조차 없어요” vs “추석에 안 와도 돼. 건강부터 챙겨라!”

중년의 엄마는 의사 아들의 건강을 걱정한다. 입장이 뒤바뀐 느낌이다. 아들은 대표적인 필수 의료인 응급의학과 의사다. 이번 추석에도 부모님을 뵙지 못한다며 송구스러워 하는 효자다. 엄마는 의사 아들이 너무 안쓰럽다. 아들은 의대에서도 공부를 잘 해 다른 진료과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 아들이 응급의학과로 진로를 정하자 엄마는 깜짝 놀랐다. “거기 너무 힘들지 않니?” 그러자 아들은 “엄마, 의사는 바이탈이 최고야”라면서 소신을 꺾지 않았다.

우리 아들, 피부미용 마다하고 필수 의료 선택하다

바이탈(vital)은 생명을 다루는 진료를 의미한다. 과거 의대 우등생은 바이탈 진료과로 몰려갔다. 분초를 다투며 수술로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이른바 ‘내외산소’ 진료과이다.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의사가 왜 필요한지 확실히 보여주는 분야다. 하지만 요즘은 전공의 모집 때 미달이 속출한다. 다른 진료과에 비해 대우가 낮고 의료분쟁 위험이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도 거액의 배상을 하기도 한다. 젊은 의사들이 피부미용으로 몰려가는 것은 돈벌이 외에 상대적으로 심적 부담이 적은 이유도 있다.

엄마는 요즘 스스로 바이탈 의사를 선택한 아들을 걱정한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응급 환자를 볼 때 마다 "이제 모든 책임은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 것이다. 의사 부족으로 혼자서 응급실을 지킬 때는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한다. "혹시 잘 못 되면"… 응급의학과 의사는 급하게 실려온 환자를 응급 처치한 후 배후 진료(후속 진료) 의사에게 넘겨야 한다. 중증외상·심혈관·뇌혈관질환 담당 의사가 환자를 봐야 최종 진료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배후 진료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 환자는 빨리 혈관 수술을 해야 하는데 … 응급의학과 의사의 속은 타들어간다.

배후 진료 의사 없는데 응급실에 환자만 밀어 넣어?

응급실 의사의 위기감이 높아지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지난달 기자회견을 했다.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배후 진료 의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응급실에 환자만 밀어 넣으면 오히려 환자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의학의사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5~2026년 국회에 발의되거나 대안에 반영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53개에 달한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법으로 정하는 내용도 있다.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원인은 응급실 자체의 병상 부족뿐 아니라 수술·입원·중환자실 등 최종 치료를 담당할 배후 진료 역량 부족에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이미 수용능력을 초과한 응급실이 환자만 받으라고 강제하면 오히려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응급의료법 시행령 안은 응급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이 모두 운용 중이거나 중증응급환자에게 최종진료를 제공할 인력이 다른 환자를 진료 중인 경우, 재난 등으로 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경우 등을 정당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설·인력·장비가 어느 정도 부족해야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사유가 되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환자가 이송되는 단계에서 중증외상·심혈관·뇌혈관질환 여부와 필요한 최종치료까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응급실 의사에게 책임 집중되나?

결국 배후 진료 문제로 환자를 못 받았는데,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책임이 집중될 수 있다. 실제로 응급 환자를 수술하거나 입원시킬 인력과 병상이 없다면 최종 치료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 구급차 위치정보와 의료기관 간 정보 전달 시스템 확충만으론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매일 분초를 다투는 응급실 의료진에게 응급실 대기 시간과 진료·검사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도 우려했다. 의료진의 행정 부담은 물론, 실제 현장 상황과 입력 정보 사이의 오차에 따른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증외상·심혈관·뇌혈관질환 등 배후 진료 의사 늘려야

응급실 뺑뺑이 책임이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응급실 의사에게만 돌아가면 안 된다. 응급 환자가 많은 중증외상·심혈관·뇌혈관질환 등 배후 진료 의사부터 늘려야 한다. 그래야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처치 후 안심하고 환자를 이송시킬 수 있다. 배후 진료 의사 찾느라고 시간을 허비하면 응급실 안에서 또 다른 뺑뺑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거액의 배상까지 떠 안을 수 있는 의료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젊은 응급의학과 의사는 편한 피부미용 분야를 마다하고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지금 그들이 후회와 좌절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보고해야 할 행정 업무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매일 피 흘리는 환자를 살피면서 소송의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추석 연휴에도 부모님께 전화로만 인사를 드려야 하는 이들의 마음을 아는가. 노년 초입에 들어선 엄마가 필수 의료 의사 아들을 걱정한다. 의사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던 엄마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면 안 된다. 예전처럼 의대 우등생이 필수 의료로 몰려 가기 위해선 법적 압박보다는 배려, 우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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