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후보물질을 직접 이전하는 방식뿐 아니라 특정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뉴코(NewCo)’를 거쳐 글로벌 임상 진행한 뒤 빅파마의 인수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21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4년 이후 글로벌 대형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80건 가운데 29건의 피인수기업이 뉴코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형 M&A의 약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뉴코는 ‘뉴컴퍼니(New Company)’의 줄임말로 특정 신약이나 플랫폼 1~2개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하는 독립 회사다. 외부에서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자금과 인력을 집중해 임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기업공개(IPO)나 글로벌 제약사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도 뉴코를 거쳐 글로벌 임상 단계로 진전되거나 빅파마에 인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기술이전한 FcRn 억제제는 로이반트가 설립한 뉴코 ‘이뮤노반트’에서 개발되고 있다. FcRn 억제제는 자가항체가 몸속에서 오래 살아남도록 돕는 FcRn을 차단해 자가항체 수치를 낮추는 약물이다. 핵심 후보물질 IMVT-1402는 현재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한 6개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의 안과 신약 IGT-427도 뉴코 아이바이오에 기술이전된 이후 미국 머크(MSD)로 넘어갔다. IGT-427은 비정상 혈관의 성장과 누수를 막아 습성 황반변성·당뇨황반부종 같은 망막질환을 치료하는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이다. MSD는 2024년 아이바이오를 최대 30억달러에 인수했다. 현재 MK-8748이라는 이름으로 습성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을 대상으로 글로벌 후기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도 GLP-1·아밀린 계열 후보물질과 관련 기술을 멧세라에 이전했다. 멧세라는 디앤디파마텍을 비롯해 외부에서 다양한 비만 치료 자산을 확보하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후 화이자와 노보노디스크의 인수 경쟁 끝에 화이자에 인수됐다.
뉴코 모델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개발 속도다. 대형 제약사에 이전된 후보물질은 내부의 개발 우선순위에 따라 임상이 늦어질 수 있다. 반면 소수의 신약 후보물질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는 뉴코는 해당 후보물질의 개발 자체가 회사의 핵심 사업인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에 직접 넘어갔다가 후보물질 개발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BMS는 2023년 오름테라퓨틱스의 ORM-6151을 확보하며 1억달러를 선급금으로 지급했지만, 최근 임상 1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개발을 중단했다. 오름테라퓨틱스는 이미 받은 선급금 1억달러를 반환할 의무는 없지만, 향후 받을 수 있었던 최대 8000만달러의 개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은 받을 수 없게 됐다.
신한투자증권은 뉴코의 특징에 대해 “특정 신약에 자원을 집중 투입해 임상을 빠르게 진행하고, 빅파마 M&A로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Exit)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개발사 입장에서는 뉴코 지분을 통한 이익 확대와 빠른 임상 진행, 투자자 네트워크 활용 등을 장점으로 꼽았고, 투자자 관점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거나 검증된 CEO 기용으로 실패 위험 최소화, 낮은 비용으로 신약 도입 등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