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공임신중지 약물의 정식 도입을 추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사하고 있는 제품은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으로 허가가 신청됐다. 신청 내용대로 허가될 경우 미프지미소의 허가 범위는 우선 임신 9주 이내가 될 전망이다. 이에 임신 9주 초과 시 약물적 임신중지를 어떻게 다룰지는 후속 과제로 남는다.
성평등가족부는 16일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내놨다. 이번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국정과제 및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임신중지 약물 허용가능성 검토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돼 왔던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의료체계를 통해 도입·관리함으로써 여성 안전·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국회는 시한인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에 2021년부터 관련 처벌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의료 절차 등을 규율할 후속 입법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가 이어져 오면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복지부는 임신중지 약물의 단계적 도입과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한 약물 사용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약물 도입 초기에는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 원칙으로 관리하고, 부작용 및 안전성 검토 등을 거쳐 점진적 확대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는 임상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임신 63일 이내 사용을 신청했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임신중지 의약품이다. 미페프리스톤이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고, 미소프로스톨이 자궁수축을 유도해 임신 조직의 배출을 돕는다.
현대약품이 신청한 9주 기준은 미프지미소의 해외 허가 범위와도 일치한다. 캐나다에서 허가된 미프지미소 역시 임신 63일을 초과한 경우 처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회사가 제출한 자료와 과학적 문헌, 해외 사용 경험 등을 검토해 제품 허가사항을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신 9주가 넘어가게 되면 약물로 임신중지는 불가능해질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12주 미만에서도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또는 미소프로스톨 단독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별 허가사항과 의료체계에 따라 실제 적용 범위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미프지미소가 임신 9주 이내 사용으로 최종 허가될 경우 9주를 초과한 임신에 대한 약물 사용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후속 과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9주 초과 환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약물 사용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9주를 초과한 경우에는 기존 수술적 임신중지 방법이나 약물을 허가 범위 밖에서 사용하는 ‘오프라벨’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다만 9주 이후의 임신중지 문제는 단순히 해당 의약품의 허가 범위만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형사처벌 조항은 효력을 잃었지만,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방법 등을 새롭게 규율하는 후속 입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는 임신한 여성이나 의사를 형법상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9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정부가 별도의 근거 없이 제한하거나 관리하기보다는 국회에서 후속 입법을 통해 정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