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이자 방송인 김민수씨는 최근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채 병실 침대에 엎드려 회복 중인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김씨가 알린 병명은 '황반원공'이었다.
황반원공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구멍이 생기는 질환이다. 황반은 사물의 세부 모습을 구별하는 중심 시력을 담당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한쪽 눈이 갑자기 침침해지고 책을 읽을 때 글자의 가운데 부분이 사라져 보이거나 곧은 선과 사물이 휘고 찌그러져 보인다면 ‘황반원공’의 신호일 수 있는 만큼 단순한 노안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황반변성과 다른 황반원공⋯노화로 유리체 수축
황반원공은 이름이 비슷한 황반변성과 발생 원리가 다르다. 황반변성은 노화 등에 따라 황반이 손상되면서 중심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지만, 황반원공은 주로 눈 속을 채우는 젤 형태의 조직인 유리체가 노화 과정에서 수축하면서 황반을 잡아당겨 발생한다.
고도근시나 포도막염, 낭포황반부종, 외상 등도 황반원공을 유발할 수 있다. 황반 조직이 외부에서 당기는 힘을 견디는 능력이 약해지거나 유리체가 황반을 잡아당기는 힘이 커질 수 있어서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이나 백내장 수술 전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구멍이 커지면 특징적인 시각 이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이 중심 시력 저하다.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윤곽은 보이지만, 눈·코·입 등 가운데 부분이 뭉개져 보이거나 책을 읽을 때 가운데 글자 한두 개가 사라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아파트 외벽이나 횡단보도처럼 곧은 선이 휘어 보이고 물체가 찌그러지거나 울퉁불퉁하게 보이기도 한다.
질환이 진행되면 얼굴을 알아보거나 글을 읽고 운전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불편이 생길 수 있다.

작은 구멍은 관찰하기도⋯ 진행하면 유리체절제술
황반원공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검사는 빛간섭단층촬영(OCT)이다. 망막의 단면을 촬영해 유리체가 황반을 잡아당기는지, 황반 조직이 얼마나 손상됐는지 등을 살핀다. 구멍의 크기와 깊이도 확인할 수 있다.
황반원공이 있다고 모두 수술하는 건 아니다. 유리체가 황반을 잡아당기고 있지만 아직 구멍이 없거나 매우 작은 경우, 망막 일부 층만 갈라졌다면 정기적으로 검사하며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초기에는 유리체가 황반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호전되기도 한다.
반대로 황반 전체에 구멍이 생겼거나 앞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면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황반을 잡아당기는 유리체를 망막에서 분리해 제거하고 필요하면 망막 표면의 내경계막도 함께 제거한다.
수술 후 눈 속에 가스를 주입하기도 한다. 가스가 황반원공의 가장자리를 눌러 서로 맞닿게 함으로써 구멍이 닫히도록 돕는 방식이라 수술 후 일정 기간 엎드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가스는 위로 뜨는 성질이 있어 황반이 있는 눈 뒤쪽을 제대로 누르도록 자세를 잡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와 수술 방법에 따라 가스가 흡수되기까지 약 2~6주가 걸릴 수 있다.
김씨도 “눈에 구멍이 생기는 황반원공으로 수술했고, 앞으로 당분간 엎드린 자세로 생활하며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엎드린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자는 가스 대신 실리콘 오일을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실리콘 오일은 자연적으로 흡수되지 않아 이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오래 방치할수록 시력 회복 제한될 수 있어
대부분 환자는 수술 후 시력이 개선되지만 수술 전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황반에 구멍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망막 신경조직이 손상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구멍이 작고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을수록 예후가 좋다. 반대로 구멍이 크거나 오랫동안 지속됐다면 수술로 구멍을 막더라도 시력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김진하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한쪽 눈의 중심부가 잘 보이지 않거나 곧은 선이 휘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한 노안으로 여기지 않고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황반원공이 진행되면 완전한 시력 회복이 어려운 만큼 진행 정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