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아플 때 병원보다 인공지능(AI)을 먼저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증상만 입력하면 AI는 의심되는 병부터 어느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까지 척척 알려준다. 실제 환자를 두고 의사와 AI가 진단 실력을 겨룬다면 누가 더 잘할까? 최근 응급실 중증 환자 180명의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와 AI의 진단 능력을 비교한 연구가 나왔다.
실제 응급실 환자 180명 놓고 의사 vs AI
튀르키예 카라데니즈공과대 연구팀은 실제 응급실을 찾은 중증 환자 180명의 정보를 이용해 의사와 AI의 진단 능력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MC 응급의학(BMC Emergency Medicine)》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먼저 환자의 병력과 활력징후를 보여주고 가능성이 높은 질환 5개를 고르게 했다. 이후 신체검사와 혈액·영상검사 결과를 추가해 후보를 3개로 좁혔다.
첫 단계부터 차이가 났다. 의사가 꼽은 5개 질환 중 실제 진단이 포함된 비율은 83.9%였다. AI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GPT-4o는 63.3%였다.
임상 검사 결과에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의사가 추린 질환 3개 안에 실제 진단이 포함된 비율은 98.3%에 달했다. 반면 GPT-4o는 71.7%였다. 여러 가능성에서 실제 병을 놓치지 않고 진단 범위를 좁혀가는 능력은 의사가 앞섰다.
AI끼리 겨뤄보니…GPT-4o 가장 앞서, 제미나이 꼴찌

그렇다면 AI끼리의 대결은 어땠을까? 연구진은 GPT와 클로드, 제미나이 등 AI 모델에 앞서 좁혀진 3개 질환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은 병 하나를 최종 진단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의사의 최종 진단과 일치한 비율은 GPT-4o가 6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GPT-5가 65.6%, 클로드 오퍼스 4.1이 63.3%를 기록했다. 제미나이 2.5 프로는 59.4%로 네 모델 가운데 가장 낮았다.
“병원 안 가도 되지?” 계속 묻자…AI도 흔들렸다
AI를 ‘나만의 주치의’로 쓰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같은 증상이라도 사용자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등의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되는 가상 환자를 이용해 AI가 환자의 태도에 따라 의료 조언을 바꾸는지 살펴봤다. 연구 결과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처음에는 AI가 전문의 진료를 제대로 권했다. 하지만 환자가 “병원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진료 필요성을 계속 부정하자 달라졌다. 전문의 진료 권고를 끝까지 유지한 경우는 64%에 그쳤다. 나머지 36%에서는 처음의 권고가 약해지거나 바뀌었다.
AI는 아직 ‘주치의’보다 건강 도우미
AI는 어려운 의학용어를 풀어주거나 증상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찾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직접 환자의 몸을 살피거나 검사를 할 수 없고,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주고 어떻게 질문하느냐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번 연구에서도 AI의 진단 능력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의심되는 질환을 하나씩 좁혀가는 과정에서는 의사가 AI보다 더 좋은 성적을 보였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AI를 의사를 대신하는 ‘나만의 주치의’보다 건강 정보를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로 활용하는 편이 적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