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5일 (토)

“부딪힌 적 없는데 멍투성이”…신혼여행 중 다리 저릿하더니 29세女 ‘이 병’, 무슨 일?

본태성 혈소판증가증…JAK2 유전자 변이 확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신혼여행 중 다리에 원인 모를 멍과 저림이 나타난 20대 여성이 희귀 혈액암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로지의 SNS

신혼여행 중 다리에 원인 모를 멍과 저림이 나타난 20대 여성이 희귀 혈액암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에 따르면 레스터셔에 사는 로지 메이클존-크리브던(29)은 2025년 5월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몸 곳곳에 멍이 들었다. 어디에 부딪히거나 다친 적도 없었다. 응급진료시설에서 혈액검사를 받았지만, 당시 의료진은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편과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다리가 이상하게 저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다리에 커다란 멍이 나타났고 여행 내내 새로운 멍이 계속 생겼다. 몸은 무거웠고, 심한 피로와 아픈 느낌 때문에 숙소에서 쉬는 시간이 많았다.

귀국한 로지는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 검사를 요청했다. 2025년 7월 병원 전문의를 만났고, 다음 달 골수에 영향을 주는 희귀 혈액암인 본태성 혈소판증가증을 진단받았다. 혈액검사에서는 혈액세포가 통제되지 않은 채 늘어나게 하는 JAK2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첫 진료에서 로지는 기대수명이 약 20년이며 아이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집중하지 못해 직장에도 돌아가지 못했다. 로지는 “소파에 앉아 울고만 싶었다”며 “50세까지도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주 뒤 다른 의사를 찾아간 로지는 병을 완치할 수는 없지만 오래 건강하게 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현재 항암화학요법은 받지 않고 저용량 혈액희석제를 복용하며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증상은 비교적 가벼운 피로 정도다.

혈소판 많은데 왜 멍이 들까?…본태성 혈소판증가증이란

본태성 혈소판증가증(essential thrombocythaemia·ET)은 골수에서 혈소판을 지나치게 많이 만드는 만성 골수증식종양이다. 혈소판은 출혈을 막는 혈액세포지만, 지나치게 늘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혈전과 출혈이 모두 생길 수 있다.

대한혈액학회 및 국내 건강보험 통계 등에 기반해 2005년 전후 축적된 국내 역학 데이터에 따르면, 본태성 혈소판증가증(ET)의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0.8명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로 60대 이상에서 호발하며, 진단 시 JAK2, CALR, MPL 등의 유전자 변이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환자의 약 60%에서는 JAK2, 약 25%에서는 CALR, 약 5%에서는 MPL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다. 이런 변이는 대부분 태어난 뒤 혈액을 만드는 세포에서 생긴 변화로 알려졌다.

대한혈액학회에 따르면 특히 서구권 환자군에 비해 국내 환자들은 정맥 혈전증보다 허혈성 뇌졸중을 비롯한 동맥 혈전증의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인다.

병은 대체로 천천히 진행되며 증상 없이 혈액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증상이 나타나면 피로, 두통, 어지럼증, 시야 변화, 손발의 화끈거림이나 저림 등이 흔하다.

혈전이 뇌 심장 폐 다리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 심근경색, 폐색전증,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소판 수치가 매우 높거나 혈소판 기능이 떨어지면 코피, 잇몸 출혈, 월경과다, 붉거나 보라색 반점, 원인 모를 멍도 나타날 수 있다.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혈전을 예방하는 것이다. 젊고 혈전 병력이 없는 저위험 환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만 받거나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는 것을 억제하지만 혈소판 수 자체를 줄이지는 않는다.

출혈이나 멍을 줄이는 약이 아니라 오히려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어 반드시 혈액내과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써야 한다. 혈전 위험이 높다면 하이드록시카바마이드나 인터페론 알파 등으로 혈소판 생성을 줄인다.

본태성 혈소판증가증은 현재 완치하는 치료법은 없지만 오랫동안 관리하며 생활할 수 있는 병이다. 맥밀런 암 지원단체 보고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중앙생존기간은 약 18년이었지만 젊은 환자는 35년을 넘었다.

나이, 혈전 병력, 유전자 변이, 혈액 수치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며, 임신도 무조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합병증 위험은 높아질 수 있지만 혈액내과와 산부인과가 함께 관리하면 대부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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