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성장펀드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부터 임상, 생산시설 구축까지 사업화 과정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직접 지분투자와 장기·저리대출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활용해 막대한 자금이 장기간 필요한 바이오 산업의 자금조달을 뒷받침하고 있다.
1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는 지난달 27일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설비 신설을 추진 중인 경보제약에 200억원의 저리대출 지원을 승인했다. 경보제약은 비티젠, SK바이오사이언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국민성장펀드 바이오 분야 지원에서 네 번째로 지원을 받게 됐다.
경보제약은 종근당그룹 계열사다. 기존 원료·완제의약품과 항암제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ADC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ADC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해 임상용 시료 제조와 성분 분석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성장펀드의 바이오 분야 자금 공급은 지난 4월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에서 시작됐다. 당시 비티젠(前 에스티젠바이오)에 바이오시밀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850억원 규모의 장기·저리대출이 결정됐다. 비티젠은 자금을 활용해 원료의약품(DS)부터 완제의약품(DP)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이 승인됐다. 사노피와 공동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백신의 글로벌 임상 3상 연구개발(R&D)과 안동 백신공장 엘 하우스(L HOUSE) 내 상업생산라인 증설 등에 사용된다. 생산능력 확대뿐 아니라 후기 임상 단계의 신약개발 비용까지 정책금융 지원 대상이 된 것이다.
펀드 자금이 지분투자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리가켐바이오의 5000억원 규모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첨단전략산업기금이 2500억원을 투자하고, 대주주와 국내 기관투자자가 나머지 2500억원을 부담한다. 회사는 조달 자금을 ADC 임상과 신규 후보물질 발굴 등 신약 R&D에 활용할 계획이다.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 기업에 대규모 자본을 공급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까지 바이오·백신 분야에서는 4개 기업에 대해 총 9050억원의 지원이 확정됐다. 네 기업 모두 신약 개발이나 임상, 생산시설 구축 등 개발·사업화 과정에 자금을 활용한다. 비티젠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3상과 상업생산, 리가켐바이오는 ADC 신약개발, 경보제약은 ADC 임상시료 생산시설에 각각 자금을 투입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후보물질을 발굴한 뒤에도 임상시험과 허가, 생산시설 구축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유망한 기술을 확보하고도 후속 임상이나 생산시설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지 못하면 사업화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의 역할로 첨단산업의 위험을 분담하고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공급을 촉진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국민성장펀드의 자금 공급이 이어지면서 향후 어떤 기업이 선정되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이같은 지원이 임상과 생산·상업화 과정에서 자금조달 공백을 얼마나 보완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