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 (월)

“전염 안 되는데 왜 피하지?”⋯한여름에도 피부 감추는 건선 환자들

성인 환자 3명 중 1명 '18세 이전' 증상 시작⋯대한건선학회, 젊은 환자 편견 줄이기 캠페인 전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대한건선학회 <피부, 함께 걷다> 캠페인 이미지 사진=대한건선학회

건선은 붉은 발진 위에 은백색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면역체계 이상이 발병에 관여하면서 증상이 좋아졌다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한다. 다른 사람에게 옮는 병은 아니다.

그럼에도 눈에 잘 띄는 증상 때문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름에도 반팔이나 반바지 입기를 꺼리고 몸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외모와 대인관계에 민감한 젊은 층에는 이런 시선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세계건선협회연맹(IFPA)에 따르면 성인 건선 환자의 약 3분의 1은 18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된다.

IFPA는 올해 10월 29일 ‘세계건선의 날’ 주제를 젊은 환자로 정하고 ‘Look Beyond My Skin-피부 너머 나를 봐주세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대한건선학회도 같은 메시지를 담아 대국민 인식개선 캠페인 ‘피부, 함께 걷다’의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한국 진료 환자 15만명 넘어⋯20~50대 67% 차지

건선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건선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5만6801명이었다. 이 가운데 20~50대가 10만5763명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다만 이 수치는 의료기관에서 실제 진료받은 사람을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환자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 대한건선학회는 한국의 건선 유병률을 약 1~2%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83.8%는 가장 흔한 형태인 ‘판상건선’이었다. 경계가 뚜렷한 붉은 부위에 은백색 각질이 쌓이는 유형이다. 같은 연구에서 광선치료나 먹는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 등을 사용한 중등도·중증 환자는 22.6%를 기록했다.

증상이 피부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건선관절염이 동반된다.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도 보고돼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완치 어렵지만⋯중증 환자 치료 성적 크게 좋아져

건선은 한 번 치료하면 끝나는 병이 아니다. 아직 병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치료법은 없지만 증상을 크게 줄이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다.

가벼운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나 비타민D 유도체 등 바르는 약을 주로 쓴다. 병변이 넓거나 심하면 광선치료와 먹는 약을 사용한다. 중등도·중증에서는 생물학제제도 활용한다.

생물학제제는 건선을 일으키는 면역반응 가운데 특정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기존 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했던 사람에서도 병변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면서 중증 건선 치료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치료 효과를 나타낼 때 자주 쓰는 지표가 ‘PASI’다. 병변의 범위와 붉은 정도, 두께, 각질 등을 종합해 중증도를 평가한다. ‘PASI 90’은 치료 전보다 이 점수가 90% 이상 개선됐다는 뜻이다.

피부가 거의 깨끗해 보일 정도로 좋아질 수는 있다. 다만 증상이 사라졌다고 완치된 것은 아니다. 약을 임의로 끊거나 치료 간격을 마음대로 바꾸면 다시 악화할 수 있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발병 자체 막기 어려워⋯악화 요인은 줄일 수 있어

건선은 유전적 소인과 면역체계,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생활습관만으로 발병을 확실하게 막을 방법은 아직 없다.

대신 증상을 심하게 만드는 요인은 피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감염, 피부 손상, 춥고 건조한 날씨 등이 대표적이다. 피부를 심하게 긁거나 햇볕에 화상을 입은 자리에 새로운 병변이 생기기도 한다.

흡연과 과음도 줄이는 것이 좋다. 피부가 지나치게 마르지 않도록 보습제를 꾸준히 바르는 것도 필요하다. 특정 약물이 증상을 악화시킨 것으로 의심되더라도 복용 중인 약을 임의로 끊어서는 안 된다.

이숨 작가의 인스타툰 사진=대한건선학회

젊은 환자 편견 알리는 ‘피부, 함께 걷다’

대한건선학회가 9월에 진행하는 ‘피부, 함께 걷다’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겼다. 피부 노출을 꺼려온 사람이 ‘옷을 걷다’는 의미와 시민들이 함께 ‘길을 걷다’는 뜻을 겹쳤다.

지난해 처음 열린 행사에는 학회 회원과 전국 시민 약 1만명이 참여했다. 목표였던 1억보를 크게 넘어 총 6억6855만2638보를 기록했다. 학회는 이후 메이크어위시 코리아에 후원금 500만원을 전달해 난치병 아동의 소원 성취를 지원했다.

이번에도 비대면 걸음기부 플랫폼 ‘빅워크(Big Walk)’를 이용한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걷고 걸음 수를 기부하면 된다.

새로 마련한 ‘미션 챌린지’도 운영한다. 지정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질환과 당사자에 관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꾸몄다.

가장 많은 걸음을 기부한 3명에게는 러닝화를 제공한다. 미션 챌린지 참가자 가운데 50명에게 치킨 기프티콘, 전체 참가자 중 50명에게는 1만원 상당의 커피 쿠폰을 추첨해 증정한다.

젊은 환자의 일상, 인스타툰으로 풀어

젊은 건선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인스타툰으로도 알린다.

학회는 이숨 작가와 함께 지난 8월 13일 첫 회를 공개했다. 오는 10월까지 매월 두 차례씩 연재할 예정이다.

내용은 일상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 질환에 대한 오해 등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의학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건선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의 고민과 생활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윤상웅 대한건선학회 회장(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건선은 전염성 질환이 아님에도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인해 오해와 편견을 경험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특히 젊은 건선 환자들에게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일상과 대인관계에서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의 삶과 이야기를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회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도 난치병 환아의 소원 성취를 위한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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