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2일 (수)

젓가락질 서툴러지고 걸음도 이상하다면…근감소증 아니라 '경추척수증' 의심

'나이 탓' 넘기기 쉬운 변화, 일상 속 작은 신호가 조기 발견의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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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녀가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손을 맞잡았을 때 힘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면 근감소증뿐 아니라 목의 척수 문제도 의심해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젓가락질이 예전 같지 않아.” “단추 잠그기가 왜 이렇게 힘들지.” “자꾸 물건을 떨어뜨려.” “걸을 때 자꾸 발이 걸려.”

부모님이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글씨 쓰기나 젓가락질, 단추 채우기처럼 평소 자연스럽게 하던 정교한 손동작이 어려워지고, 걸을 때 발이 끌리거나 균형을 잡기 힘들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위험 신호다.

여기에 손을 맞잡아보면 또 다른 조짐까지 확인할 수 있다. 손아귀 힘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약해졌다면, 이 또한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는 어렵다. 다만 손 힘만 약해졌는지, 손동작과 걸음까지 함께 달라졌는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손 힘만 약해졌다면 근감소증, 손놀림까지 둔해졌다면?

최근 질병관리청이 한국 노인의 근감소증과 악력 저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80세 이상 노인의 26.9%, 약 4명 중 1명에서 근감소증이 나타났다. 특히 악력이 저하된 노인의 85%에서 근감소증이 확인돼, 악력은 노쇠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로 제시됐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손 힘이 약해지면 모두 근감소증 때문일까.

인천나누리병원 척추센터 김진욱 의료원장은 “악력 저하는 전신 근력과 노쇠 상태를 살펴보는 중요한 지표지만, 손의 힘뿐 아니라 손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보행 이상까지 동반된다면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층에서는 목의 척수가 눌리는 ‘경추척수증’이 원인일 수 있다”고 12일 말했다.

'힘'과 '기능'은 다른 문제

경추척수증은 뇌와 팔·다리를 연결하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목 부위에서 압박되는 질환이다. 신경근이 눌려 목 통증이나 팔 저림이 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목디스크와 달리, 손의 섬세한 움직임이나 보행 능력에 먼저 이상이 온다. 앞서 예로 든 젓가락질·단추 채우기·보행 문제가 바로 그 신호다.

김진욱 원장은 “근감소증은 전반적인 근력과 신체활동 능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는 반면, 경추척수증은 손의 미세한 동작이 서툴러지고 발이 끌리거나 균형 잡기가 어려워지는 등 신경학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양손과 양다리에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척수 이상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왜 서둘러 확인해야 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경추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64만 1777명에 달했다.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면서 목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 자체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단순 디스크가 아니라 척수가 눌리는 경추척수증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경추척수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대부분 증상이 서서히 악화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압박이 오래 지속되면 신경 손상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어, 진단 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손 기능이나 보행 이상을 일찍 알아채 척추관을 넓혀주는 치료를 제때 받으면 증상 진행이 멈추고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나이 탓 넘기지 말고 일상 관찰하자

그런데 이런 변화를 흔히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다. 근감소증과 노쇠는 서서히 진행되고, 경추척수증 역시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손이 둔해지면 손목 문제로, 걷기가 불편하면 무릎이나 허리 문제로만 생각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부모님의 건강을 살필 때는 “어디 아프세요?”라고 묻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상의 변화를 관찰해보는 게 좋다. 손을 맞잡았을 때 힘이 예전보다 약해졌는지, 페트병 뚜껑을 열거나 물수건을 짜기 어려워졌는지 살펴보자. 동시에 젓가락질·글씨 쓰기·단추 채우기가 서툴러지지 않았는지, 걸을 때 발이 끌리거나 자주 걸려 넘어지는지, 균형 잡기가 어려워지지 않았는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인천나누리병원 척추센터 김진욱 의료원장 사진=나누리병원

김진욱 원장은 “손 힘이 약해졌다면 전반적인 근력과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손놀림까지 둔해지면서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면 목과 척수 문제도 확인해야 한다”며 “걸음걸이가 달라졌다고 무릎만 보고, 손이 둔해졌다고 손목만 봐서는 원인을 놓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당연한 변화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세게 쥐는가'뿐 아니라 '손을 얼마나 정확하게 움직이는가', '어떻게 걷는가'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부모님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회복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가장 쉬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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