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베트남 남성이 말벌에 약 150번 쏘인 뒤 여러 장기가 동시에 기능을 잃는 위중한 상태(다발성 장기부전)에 빠졌다.
최근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빈롱성에 사는 58세 남성은 물고기를 잡던 중 말벌집이 있던 흙더미에 넘어졌다. 놀란 말벌들이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결국 남성은 빈롱 지역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제121군병원으로 옮겨졌다.
남성의 몸에서는 약 150군데의 쏘인 흔적이 확인됐다. 몸 전체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극심한 통증, 작열감과 함께 소변색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근육이 급격히 파괴되는 횡문근융해증 때문이었다. 적혈구가 혈관 안에서 파괴되는 용혈이 나타나면 소변이 짙은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이어 급성 신부전, 심근염, 급성 간염, 혈액응고 장애까지 발생했다. 부정맥으로 심장이 멈출 위험도 있었다. 의료진은 혈장교환술과 지속적 혈액여과 등으로 혈액 속 독성 물질을 제거했다. 집중 치료 9일 뒤 대부분의 장기 기능이 좋아졌지만 신장 기능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이후 약 20일간 치료한 끝에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와 퇴원했다.
제121군병원 쩐 만 훙 원장은 “말벌 독이 체내에 너무 많아 여러 장기에 영향을 주면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진 매우 드문 사례였다”고 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 병원에서 치료에 성공한 환자 가운데 말벌에 가장 많이 쏘인 사례다.
알레르기 없어도 여러 번 쏘이면 위험… 신장·간까지 손상
벌 쏘임이 위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벌독에 대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다. 다른 하나는 독 자체가 몸에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이다.
아나필락시스는 한두 번만 쏘여도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쏘인 뒤 15분 안에도 증상이 시작될 수 있다. 입술이나 목이 붓고 숨쉬기 힘들어진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의식을 잃기도 한다. 심하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벌에 몇 번 쏘였는지와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번 사례처럼 수십~수백 번 쏘이면 알레르기가 없어도 위험하다. 몸 안으로 들어온 벌독의 양 자체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벌에 쏘이면 독이 여러 장기를 직접 손상시켜 호흡부전, 심정지, 신부전, 간부전 등이 생길 수 있다. 근육과 적혈구가 한꺼번에 파괴되면 그 부산물이 신장으로 몰려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국도 7~9월 집중… 산행·벌초·농작업 때 특히 조심
한국에서도 벌 쏘임 사고는 드물지 않다. 소방청이 2026년 발표한 최근 3년 통계를 보면 벌 쏘임 환자의 78.7%가 7~9월에 집중됐다. 9월이 29.2%로 가장 많았고 8월 26.9%, 7월 22.6% 순이었다. 최근 3년 동안 벌 쏘임 뒤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도 66명에 달했다.
특히 산행, 벌초, 농작업처럼 풀숲이나 숲 주변에서 오래 활동할 때 주의해야 한다. 장수말벌 등 일부 말벌류는 땅속에도 집을 짓는다. 눈에 벌집이 보이지 않아도 실수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도심에서도 벌집이 발견될 수 있어 공원이나 주택가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벌집을 발견했다면 직접 건드리거나 제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뒤 119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벌에 쏘인 뒤 침이 남아 있다면 제거하고 상처를 깨끗이 씻은 뒤 냉찜질한다. 다만 말벌은 꿀벌과 달리 침이 피부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호흡곤란, 심한 어지럼증, 온몸의 두드러기,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여러 마리에게 동시에 쏘였을 때도 증상이 가볍다고 기다리지 말고 신속히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