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세의 사무직 여성은 3주 전부터 두 눈이 붉게 충혈되고 콕콕 찌르는 듯한 이물감과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시야까지 뿌옇게 흐려지자 인근 병원을 찾은 이 여성은 안구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방받은 인공눈물과 소염진통제 점안액을 열심히 넣었으나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중국 지닝의과대, 자오좡 시립병원 연구팀은 이 여성 환자의 생활 습관을 면밀히 조사하다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환자는 최근 2년간 집에서 앵무새를 반려동물로 키우며 매일 얼굴을 맞대는 등 밀접하게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과 아들도 같은 집에 살았지만, 새와 자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안과 검사 장비인 세극등 현미경으로 환자의 눈을 정밀 검사한 결과, 양쪽 눈의 결막이 부어오르고 각막 표면에 미세한 점상 침윤이 넓게 퍼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병태가 일반적인 바이러스성 눈병이나 단순 안구건조증과는 달랐다.
연구팀은 미생물 감염을 의심하고 왼쪽 각막의 표면을 살짝 긁어내 특수 검사(기엠사 염색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현미경 아래에서 보랏빛을 띠는 타원형의 미세한 포자 구조물을 포착했다. 일반적인 세균이나 진균 배양 검사에서는 아무것도 자라나지 않았지만,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인 ‘메타지놈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mNGS)’을 하자 정체가 명확히 드러났다.
원인균은 미세포자충의 일종인 ‘엔세팔리토조온 헬렘(Encephalitozoon hellem)’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또 환자가 키우는 앵무새의 오줌똥(소변+대변+요산)을 모아 형광 현미경으로 검사한 결과, 미세포자충과 형태학적으로 일치하는 포자 구조물을 발견했다.
환자는 즉시 기생충약인 폴리헥사메틸렌 비구아나이드(PHMB) 점안액과 2차 세균 감염을 막는 항생제, 먹는 구충약(알벤다졸)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10일 만에 각막의 상피 상처가 줄기 시작했다. 6주 뒤에는 양쪽 눈의 각막이 완전히 깨끗해지며 시력도 정상 수준(1.2)으로 회복됐다. 앵무새와의 직접 접촉을 중단한 환자는 이후 4개월간의 추적 관찰에서도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Bilateral Encephalitozoon hellem Keratoconjunctivitis With Microsporidial Spores in Parrot Fece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가구 중 25~30%가 반려동물을 키우며, 이들 가구 가운데 약 1%가 앵무새 등 조류를 키운다. 조류 양육 가구 중 80~90%가 앵무새를 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6년 기준 전국 가구 수는 약 2259만7000가구이며 이 가운데 약 4만 5000~6만1000가구가 앵무새를 반려조류로 키우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례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나 소염제 등 일반 점안액을 써도 차도가 없는 난치성 각결막염 환자의 경우, 앵무새 등 조류를 접촉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또한 각막 긁어내기를 통한 세포학적 검사와 최신 유전자 분석법(mNGS)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시사한다.
앵무새 분변에서 발견된 미세포자충(Microsporidia)은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미세포자충은 단세포 진핵생물이자 진균(곰팡이)류에 속하는 포자 형성 기생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세포자충이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가진 사람에게서도 결막염이나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염된 물이나 흙을 접촉하거나 눈에 외상을 입거나 반려조류와 밀접하게 접촉하면 이런 병에 걸릴 수 있다.
미세포자충에 의한 각결막염은 일반적인 세균·진균 배양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균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단순 안구건조증이나 유행성 각결막염, 알레르기병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앵무새 등 반려조류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눈 건강 이상 때 반드시 조류 접촉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고, 위생 관리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앵무새를 새로 키우려는 사람은 이 조류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적절히 대처하는 게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앵무새를 키우면 눈에 기생충이 감염되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미세포자충 감염은 매우 드물게 발생합니다. 다만 조류의 배설물이나 깃털 등에 있는 미생물이 손을 거쳐 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새를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얼굴이나 눈을 비비지 않는 위생 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일반 안구건조증이나 눈병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A2. 초기 증상은 충혈, 이물감, 시야 흐림 등 일반 안구건조증이나 유행성 눈병과 매우 비슷해 자가 진단이 불가능합니다. 안과에서 처방받은 점안액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는데도 2~3주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된다면 전문 병원을 찾아 정밀 미생물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감염이 확인될 경우 치료 과정이 복잡하거나 시력의 영구적인 손상을 우려해야 하나요?
A3. 각막의 겉면(상피)에 국한된 표재성 감염의 경우, 적절한 항기생충 점안액과 약물 치료를 하면 약 6주쯤 지나 시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치해 각막 깊은 곳까지 균이 침투하면 치료가 길어지고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