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등 냉방공조 기기와 시설의 사용이 늘면서 이른바 ‘에어컨병’으로 불리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의 냉각탑수, 온수 시설, 샤워기, 분수대, 급수시설 등의 비교적 따뜻한 물에서 잘 증식한다. 인체가 레이오넬라균에 오염된 물방울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하면 경증의 폰티악병과 중증의 레지오넬라증 등 관련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부촌인 이스트빌리지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수십 명이 집단 발병해 경각심을 높이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레지오넬라증은 3급 법정감염병으로, 특히 50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 폐질환자, 당뇨병 환자, 면역저하자 등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냉각 시설 등을 쓰는 다중이용시설의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주목할 점은 최근 들어 에어컨은 고온일 경우 ‘냉방’ 기능으로 쓰는 것은 물론 장마철 등 다습할 경우에도 ‘제습’ 기능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청소를 자주하고 물이 고이는 것을 막아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에어컨이나 냉방, 심지어 난방 설비에서 떨어져 고인 물에서 레지오넬라균이 잘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1976년 미국 재향군인회 연례대회 레이오넬라병 집단발병 50주년
‘레지오넬라(Legionella)’라는 병원균의 이름은 재향군인을 뜻하는 레지온(Legion)에서 비롯됐다. 1976년 집단 감염 피해를 본 미국 재향군인회(American Legion)에서 딴 명칭이다. 올해는 레지오넬라균과 레지오넬라병이 발견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그 연유는 이렇다. 미국 재향군인회는 50년 전인 1976년 7월 21일부터 사흘 동안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벨뷰-스트랫퍼드 호텔에서 연례대회를 열었다. 장소인 필라델피아와 시기인 7월은 1776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채택된 미국 독립선언 200주년을 기념해 선택됐다. 대회는 2000명이 넘는 회원이 모인 가운데 순조롭게 끝났다.
문제는 행사가 끝난 7월 27일 시작됐다. 39세에서 82세에 이르는 회원들이 줄줄이 숨진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피해자들은 피로, 흉통, 폐울혈, 발열 증상을 호소하다 숨졌으며 최종 사망원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됐다.
신속한 역학적 발견과 신고로 실태 파악과 원인 규명 이뤄져
이런 증상과 사망 사건이 역학적으로 규명되기 시작한 것은 펜실베이니아주 블룸스버그의 개원의인 어니스트 캠벨 박사의 관찰과 신속한 보고 덕분이다. 캠벨 박사는 이런 증상으로 숨진 자신의 환자 3명이 모두 필라델피아의 재향군인대회에 참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이를 즉시 주 보건부에 알렸다. 조사 결과 문제의 재향군인대회에 참석한 회원 149명과 호텔 및 지역 관련 환자 33명 등 모두 182명에 비슷한 증상을 보였고, 이 가운데 29명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 발병 사건이었다.
연방기관인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나서 병원체와 전파 과정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에 들아갔다. 그 결과 이듬해인 1977년 1월 한 세균이 질병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호텔 에어컨 시스템 냉각탑의 오염된 물에서 증식한 해당 세균이 냉각공조 시설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진 것으로 확인됐다. CDC 연구진은 자신들이 발견한 원인균에 ‘레지오넬라(Legionella)’라는 이름을 붙였다. 집단 감염 피해를 본 미국 재향군인회(American Legion)에서 딴 명칭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 세계의 냉난방·환기 공조시설에 대한 새로운 보건 규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름이 되면 공조 관련 업체나 시설물 관리자 등이 레지오넬라균의 증식과 확산을 막기 위해 냉방 시스템에 대한 청소와 점검에 나서는 이유다.
레지오넬라균 흡입하면 경증 폰티악병에서 중증 레지오넬라까지 발병 가능
레지오넬라균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증기나 미스트 형태로 인체 내로 흡입돼 경증에서 중증까지 다양한 증상을 일으킨다. 증기는 물을 비롯한 액체가 증발되거나 끓어서 생기는 투명한 기체를 가리킨다. 미스트는 초음파 가습기에서 붐어져 나오는 흰 안개처럼 액체가 분사되면서 공기를 만나 응축될 때 생기는 뿌연 액체 알갱이를 말한다.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증상이 가벼운 폰티악열부터 중증의 레지오넬라증까지 다양한 질병이 발병할 수 있다. 대형 건물의 냉각탑수, 온수 시설, 샤워기, 분수대 등에서 오염된 물방울을 호흡기를 통해 흡입했을 때 주로 감염된다. 도시에서 오염된 에어컨 공조 시설 근처나 물가를 자주 찾으면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사람끼리 감염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환자와 접촉해도 병이 옮지는 않는다.
폰티악열은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대개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권태감, 근육통, 발열, 오한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폐렴을 유발하지 않아 위험성은 낮은 편이다. 별다른 치료 없이도 2~5일 안에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열제 등의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도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기침, 발열, 두통, 근육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중증 다발성 폐렴으로 이어져 위험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인구 10만 명당 3명 미만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흔하지는 않은 질병이지만, 진단환자의 최대 10%가 사망할 정도로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증세가 보임ㄴ 일단 의사를 만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