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다리 질질 끌고, 말문 막힌 57세女…악성 뇌종양은 아니라 다행?

짧은 경련 후 오른쪽 다리 질질 끌고, 오른쪽 몸 마비…일주일 뒤엔 언어장애까지/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 아니라, 양성 뇌종양인 신경세포종으로 판명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중년 여성이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당뇨병, 고혈압을 앓는 중년 여성이 오른쪽 몸 마비와 언어장애, 의식불명 등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강력히 의심되는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은 아니고, 신경세포종의 일종이어서 치료 후 건강을 회복했다. 신속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2형당뇨병과 고혈압을 앓고 있는 57세 여성은 얼마 전 짧은 경련을 두 차례 일으켰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그럭저럭 지냈다. 약 2개월 뒤 어느 날 아침, 이 환자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른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걸음은 오른쪽 다리를 끌며 간신히 옮길 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오른쪽 몸 전체가 마비됐고, 게다가 말문까지 막혔다.

이 환자는 이같은 급성 신경학적 증상의 악화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당시 환자는 의식조차 뚜렷하지 않았고,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되풀이했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발렌틴 고메스 파리아스 지역병원' 연구팀은 조영제를 이용하는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환자의 왼쪽 뇌의 측두엽과 섬엽 부위에서 큰 종양 덩어리(약 6×4cm 크기)가 발견됐다. 종양의 중심부는 이미 괴사해 물이 차 있었고, 주변의 뇌 조직은 심하게 부어올라 뇌의 중심선이 오른쪽으로 밀려날 정도였다. 영상 검사에서 전형적인 악성이 심한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의 징후를 보였다.

연구팀은 긴급히 머리를 열어 놓은 채 수술(개두술)을 시행했다. 수술실에서 마주한 종양은 몸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척수로에 단단하게 딱 붙어 있었다. 연구팀은 의도적으로 종양의 90% 이상만 잘라내는 부분 절제술을 택했다. 영구적인 반신마비 등 치명적인 장애를 막기 위해서다.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당연히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인 줄 알았는데 세포 분석 결과는 달랐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종양은 미세한 혈관망을 가진 매우 균일하고 둥근 세포 형태였다. 특히 신경세포 분화를 뜻하는 ‘시냅토피신’ 검사에서 강력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세계보건기구(WHO) 분류 2등급의 희귀 신경세포 종양인 ‘뇌실외 신경세포종’이라는 진단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다행히 순한 편에 속하는 양상 종양이었다.  

연구팀은 수술 후 남은 종양을 해결하기 위해 총 60Gy(그레이)의 보조 방사선 치료와 함께 경구용 항암제인 테모졸로미드 병용 요법을 진행했다. 치료를 마친 14개월이 현재, 환자는 암이 재발하거나 악화했다는 증거 없이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 기능과 언어 능력도 회복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옷을 입고 식사하는 등 건강한 삶을 꾸리고 있다.

이 사례 연구 결과(Temporoinsular Extraventricular Neurocytoma Initially Diagnosed as Glioblastoma in a 57-Year-Old Woman: A Case Report and Literature Review)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악성 뇌종양에는 교모세포종을 비롯해 악성 성상세포종, 상의세포종, 핍지교종, 수모세포종,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 역형성 신경절교종 등이 포함된다. 또한 양성 뇌종양에는 신경세포종을 비롯해 뇌수막종, 뇌하수체 선종, 청신경초종, 두개인두종, 혈관아세포종, 양성 성상세포종, 신경절교종, 배아형형성장애 신경상피종양 등이 포함된다.

신경세포종이 뇌의 물주머니인 뇌실 안에서 생기면 ‘중추 신경세포종’이라고 하고, 뇌실 밖의 일반 뇌 조직인 대뇌 피질, 소뇌, 척수 등에서 생기면 ‘뇌실외 신경세포종’으로 분류한다. 이 환자가 진단받은 ‘뇌실외 신경세포종’은 전체 원발성 중추신경계 종양의 0.5% 미만을 차지한다. 뇌실 내부가 아니라, 뇌실과 연결되지 않은 일반 뇌 실질(주로 전두엽이나 측두엽) 안에서 독자적으로 발생한다. 주로 20~40대 젊은 층에서 보고되나, 이번 사례처럼 50대 이상 고령층에서도 나타나니 주의해야 한다.

신경세포종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이나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어서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신경세포종은 예후가 매우 불량한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이나 고등급 신경교종과 똑 닮았다. 이 때문에 수술 전 영상 검사만으로는 이런 것들을 거의 구별할 수 없다.

신경세포종은 종양 내 괴사, 불규칙한 고리 모양의 조영 증강, 심한 뇌부종과 중심선 편위 등 의사들이 악성종양으로 판단하는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중심선 편위는 뇌 속 암덩어리가 커지면서 뇌를 한쪽으로 밀어내, 좌우 뇌를 나누는 기준선(정중선)이 원래 위치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다.

악성인 교모세포종과 양성인 ‘뇌실외 신경세포종’은 생물학적 양상과 예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교모세포종은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안팎에 그치며 WHO 4등급으로 위험도가 가장 높다. 이에 비해 뇌실외 신경세포종은 WHO 2등급의 비교적 순한 종양이다. 세포의 증식 속도를 나타내는 Ki-67 지수가 약 2% 수준으로 매우 낮다. 종양을 안전하게 없애고 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장기 생존과 극적인 기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WHO가 정한 암의 위험도는 1등급이 가장 낮고 4등급이 가장 높다.

이번 사례는 영상 소견만으로 예후를 단정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훈을 남겼다. 수술 후 면역조직화학 분석(특정 단백질 반응 검사)으로 시냅토피신 양성 여부 등을 따져 감별 진단해야 한다. 종양이 운동 신경 등 중요 부위에 들러붙어 완전히 잘라내기 어렵더라도, 안전한 부분을 잘라낸 뒤 보조적 방사선 치료와 항암 요법을 병행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련(발작)이나 가벼운 다리 끌림, 어눌한 말투 등은 뇌가 보내는 심각한 위험 신호다. 이를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 증상으로 여겨 방치하면 신경학적 마비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둘러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은 뒤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영상 검사에서 악성 뇌암으로 의심받았는데 조직검사에서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나요?

A1.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번 사례의 ‘뇌실외 신경세포종’처럼 일부 뇌종양은 영상학적 특징(종양 괴사, 주변 부종 등)이 최악의 악성 뇌암인 교모세포종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전문의도 수술 전에는 오인하기 쉽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영상만으로 내릴 수 없습니다. 수술로 떼어낸 종양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특수 면역 염색 검사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Q2. 종양을 100% 다 제거하지 않고 일부 남겨두면 위험하지 않나요?

A2. 종양이 팔다리 운동이나 언어를 담당하는 핵심 신경 부위에 꽉 달라붙어 있는 경우, 무리하게 종양을 모두 떼어내려다 자칫 전신마비·실어증 등 심각한 장애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해 안전하게 90% 안팎만 잘라내는 ‘부분 절제술’을 의도적으로 시행합니다. 남아 있는 미세한 종양 세포는 수술 후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투여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죽이는 전략을 씁니다.

Q3. 뇌실외 신경세포종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재발 우려는 없나요?

A3. 뇌실외 신경세포종은 세포 증식 능력이 약 2%로 매우 낮습니다. 악성 뇌종양에 비해 치료 경과가 좋고 장기 생존율도 훨씬 더 높습니다. 다만 병변을 완전히 잘라내지 못하고 잔류 종양이 남은 경우나 드물게 시간이 오래 흐른 뒤 재발하는 사례가 보고돼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후 증상이 완전히 좋아졌더라도 정기적으로 CT나 MRI 등 영상 검사로 추적 관찰을 받아야 합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