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살만 빠지는 게 아니었네”…비만약, 몸 노화 속도도 늦춘다고?

HIV 감염 성인 108명 임상시험 분석…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 노화 진행 속도 9% 감소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비만·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과 혈당뿐 아니라 몸속 ‘노화 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만 및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과 혈당뿐 아니라 몸속 ‘노화 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의대와 스타인 노화연구소의 마이클 콜리 부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성인의 생물학적 노화 지표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오젬픽·위고비·리벨서스의 유효성분이다.

HIV 감염인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로 바이러스가 잘 억제돼도 생물학적 노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HIV 감염인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 전후의 노화 관련 DNA 지표를 위약군과 비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으며, 세마글루타이드가 사람의 생물학적 노화와 관련된 DNA 지표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무작위·위약 대조 방식으로 확인한 첫 임상 연구다.

HIV 감염 성인 108명 대상으로 ‘노화 시계’ 분석

연구진은 HIV 관련 지방비대증이 있는 성인 108명이 참여한 기존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HIV 관련 지방비대증은 복부를 중심으로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상태를 말한다. 참가자의 약 절반은 매주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맞았고, 나머지는 위약을 투여받았다.

생물학적 노화 정도는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이용해 평가했다. 후성유전학적 시계는 DNA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세포와 조직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도구다. DNA 메틸화는 DNA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으면서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화학적 표지를 뜻한다.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 노화 진행 속도 9% 느려져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받은 참가자는 위약군보다 여러 후성유전학적 시계에서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느려졌다. 변화는 염증뿐 아니라 혈액·뇌·심장·신장·간·대사 건강과 관련된 지표에서 확인됐다.

노화 진행 속도를 측정하는 ‘더니든페이스(DunedinPACE)’ 지표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9% 느려졌다. 노화 관련 질환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반영하는 ‘PC그림에이지(PCGrimAge)’ 지표에서도 관련 생물학적 과정이 유의하게 둔화됐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염증을 줄이고 대사 건강을 개선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약물은 만성적인 면역 활성화를 낮추고, 장기 주변에 쌓이는 내장지방과 간 등 정상적으로 지방이 많이 축적되지 않는 부위에 생기는 이소성 지방을 줄인다. 이러한 변화가 전신의 노화를 촉진하는 염증 신호를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콜리 부교수는 “최근 연구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이 여러 장기의 특정 세포를 재프로그래밍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며 “여러 노화 시계에서 동시에 변화가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젊어지는 약은 아냐”…일반인 적용은 추가 연구 필요

연구진은 HIV 감염인에게 나타나는 생물학적 변화 중 상당수가 일반적인 노화 과정과도 관련돼 있어 이번 결과가 더 넓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HIV 감염인은 이러한 변화가 더 일찍 또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어 건강수명을 늘릴 중재 방법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달 전 《npj 에이징(npj Aging)》에 발표된 예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질환이 있는 HIV 감염인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24주간 투여한 결과, 참가자의 42%에서 더니든페이스로 측정한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느려졌다. 이들은 노화 속도가 빨라진 참가자보다 간 지방도 더 많이 감소했다.

또 참가자의 34%는 PC그림에이지로 평가한 사망 위험 관련 노화 지표가 둔화됐으며, 약 49%는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길어진 것으로 측정됐다. 텔로미어가 길어진 참가자들은 치료 후 걷는 속도도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세마글루타이드의 항노화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콜리 부교수는 “세마글루타이드가 노화를 되돌리거나 사람을 젊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며 “노화와 관련된 일부 생물학적 과정을 늦출 수 있다는 신호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결과를 재확인하고,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HIV 감염인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지, 식단·운동·충분한 수면과 병행하면 효과가 커지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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