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A는 3년 가까이 태움에 시달렸다고 호소한 뒤 퇴사했다. 이후 노동청에 진정을 냈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3명 중 1명만 훈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는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병원에서 A가 가해자로 지목한 간호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전직 간호사의 증언도 나왔다.
태움이란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심하게 괴롭히며 업무를 교육하는 문화를 가르키는 말로,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태움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은 경기 광주 병원의 태움 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의 태움 문제를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 정도로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 태움의 원인은 해당 간호사에게만 돌아간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태움은 개인의 성격이나 갈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간호사 부족으로 업무 과중한데 후배 관리 책임까지
병원에서 간호사는 환자 관찰, 처치, 보호자 응대, 의사와의 협업, 기록 작성, 응급상황 대응까지 수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는 언제든 급변할 수 있고, 간호사의 작은 실수 하나가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근무시간 동안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의료진에게 업무에 대한 책임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선배 간호사는 자신의 업무는 물론 신규 간호사도 교육해야 하는 이중업무를 떠안고 있다. 그리고 신규 간호사가 잘못이나 실수를 하면 이에 대한 책임 압박까지 받는다. 여기에 병원에서 간호사 만성부족으로 인하여 부담해야 하는 업무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일과시간에 자신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많아지는 것뿐 아니라 근무 일수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과 근로환경이 복합되면서 신규간호사에 대한 선배 간호사의 교육은 자세한 설명과 반복훈련의 구조가 아니라, 압박과 질책 중심의 생존형 전달 구조로 변질되기 쉽다. 그리고 잘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감정이 폭발하기 쉬운 상황이 된다.
즉, 간호사들에게 발생하는 태움은 선배간호사의 신입간호사에 대한 개인적인 단순 분노가 아니라 혹시 작은 실수로 환자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 신입간호사의 실수를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스트레스, 조직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을 안전하게 순환시키고 회복시키는 구조가 병원 내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간호사 태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개인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숙련된 간호사 복귀하도록 근로환경 개선 필요
첫째, 병원의 만성적인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면 담당 환자 수가 증가하여 근로강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부족한 간호사 수만큼 일해야 하는 근무 시간도 늘어가게 된다. 결국 조직의 피로도가 쌓이면서 태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단순히 간호대학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간호사들이 결혼이나 육아를 이유로 병원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는 것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면허를 가졌지만 일을 하고 있지 않는 숙련된 간호사들이 다시 의료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근로환경 개선 및 제도적인 장치가 고민되어야 한다.
수련의처럼 수련간호사 제도 마련해 운영할 때
둘째, 신규 간호사 교육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의료현장에는 신규간호사들을 병동에 투입하면서 그냥 맨땅에 부딪치면서 익히라는 문화가 남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신규 간호사들은 주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들로 아무리 대학과정에서 병원실습을 돌았다고 하더라도 각 병동마다 배우고 숙지해야 할 것들이 다르다. 따라서 작은 실수가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료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력직 간호사라고 하더라도 병동이 바뀌면 담당하는 업무가 바뀌기 때문에 신규 간호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사들에게 수련의라는 제도가 있듯이 간호사들도 일정 기간 수련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실제 의료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병원 내부에 감정노동 심리센터 또는 이에 준하는 상설지원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서는 신규 간호사의 적응 스트레스, 선임 간호사의 교육 부담, 부서 내 반복 갈등을 조기에 감지하고 개입하는 조직적 완충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태움은 구조적인 문제, 구조 바꾸지 않으면 문제 반복
태움의 본질은 단순히 개인이 개인을 괴롭히는 문제가 아니라, 생과 사가 교차되고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근로강도가 높은 병원환경 속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근로환경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간호사의 근로환경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하여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