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6일 (목)

화장실 자주 가고 아랫배는 아프고…간질성 방광염 '세포 신호망' 찾았다

삼성서울병원, 중증 헌너형 환자 8명 방광 전층 분석…치료 표적 후보 확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소파에 누운 여성이 아랫배를 감싸며 통증을 견디고 있다. 간질성 방광염은 소변이 차는 과정에서 방광 부위의 통증이나 압박감이 심해지고, 소변을 자주 보거나 참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반이 찌릿하게 아프고, 화장실은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거린다. 방광에 오줌이 차오를수록 통증은 가중되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좀 가라앉는 것이 간질성 방광염의 특징이다.

그런데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전전하다 지쳐버린 환자가 적지 않다. 그동안 원인을 몰라 손쓸 도리가 없던 이 병에서, 한국 연구진이 세포 간 신호망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비뇨의학과 강민용·고광진 교수 연구팀이 간질성 방광염(방광통증증후군)의 발병과 관련된 세포 신호망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익스페리멘털 앤드 몰레큘러 메디신(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7월 3일 실렸다.

왜 소변을 참기도, 안 참기도 힘들까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 안쪽 벽이 손상되고 염증이 오래가면서 생기는 병이다. 골반이 심하게 아프고, 소변을 자주 보고, 참기도 힘들어진다.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손꼽힌다.

그간 왜 이런 병이 생기는지 정확히 몰랐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었던 이유다. 환자마다 증상도 제각각이라 치료는 더 어려웠다.

문제는 진단 방식에 있었다. 기존 연구는 내시경으로 눈에 보이는 병변만 보고 병을 분류했다. 세포 하나하나가 왜, 어떻게 병을 만드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팀이 들여다본 환자는 누구였을까. 연구 대상은 반복된 내시경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결국 방광을 잘라내고 늘리는 수술을 받은 중증 환자 8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내시경 검사에서 궤양처럼 보이는 병변, 이른바 '헌너 병변'이 확인된 '헌너형' 환자였다. 이와 별도로, 다른 이유로 골반 수술을 받은 사람 2명에게서 정상 방광 조직을 얻어 대조군으로 삼았다.

8명 중 5명은 수술 과정에서 헌너 병변과, 같은 방광 안에서 겉보기엔 멀쩡한 부위를 함께 떼어내 짝지어 비교했다. 나머지 3명은 헌너 병변 조직만 확보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를 간질성 방광염 환자 전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중증 헌너형 환자의 조직에서 확인된 세포 신호망이기 때문이다.

간질성 방광염(방광통증증후군) 발병 연구 논문 그래픽 사진=삼성서울병원

세포끼리 신호 주고받는 '다세포 네트워크' 확인

연구팀은 분석 방식을 바꿨다. 점막만 살짝 떼어보던 예전과 달리, 방광벽 안쪽까지 통째로 떼어냈다. 이런 조직을 '전층(全層)' 조직이라 부른다. 점막만 살짝 떼어보던 기존 연구보다 훨씬 꼼꼼하다.

여기에 최신 기술 두 가지를 더했다. 하나는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를 읽는 '단일세포 전사체' 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세포가 조직 안 어디에 있는지까지 짚어내는 '고해상도 공간전사체' 기술이다. 다만 처음 시행한 공간전사체 분석은 시료 일부의 품질 문제로, 실제 분석에 쓰인 샘플 수가 많지 않았다.

그 결과 방광 조직 안에서 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결합조직을 이루는 기질세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 혈관을 이루는 혈관세포. 이 세 종류 세포가 복잡하게 얽혀 신호를 주고받는 '다세포 네트워크'였다.

병변 부위에서는 염증을 주도하는 면역세포인 'Th17 세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혈관을 새로 만드는 대식세포의 한 종류인 'M2 대식세포'는 수가 늘었다기보다, 혈관을 키우는 방향으로 성질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두 세포의 변화와 맞물려 혈관세포의 유전자 발현 양상도 함께 달라졌다. 혈관세포와 근육세포 사이 신호 전달 경로 역시 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방광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봤다.

간질성 방광염을 세포 단위에서 들여다본 연구는 종전에도 있었다. 다만 기존 단일세포 연구 대부분은 헌너 병변과 같은 환자의 방광에서 겉보기에는 정상인 부위를 짝지어 비교하지 않았다. 자가면역 반응과 혈관 변화, 근육 수축, 통증 신호를 한꺼번에 분석한 연구도 드물었다.

이번 연구는 같은 환자의 두 부위를 비교했다. 환자마다 다른 특성의 영향을 줄이고, 병변이 심해지는 과정과 관련된 세포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다.

신경엔 이상 없는데 왜 그리 아팠을까

간질성 방광염 환자들은 신경계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 그런데도 극심한 만성 통증을 호소해왔다. 이번 연구는 그 이유에 대한 단서도 찾아냈다.

방광 안의 특정 섬유아세포 무리에서 신경세포와 비슷한 신호 경로가 크게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포들은 근육세포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상호작용이 통증을 키우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진=삼성서울병원

고광진 교수는 "간질성 방광염 질환을 세포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세포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병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임을 환자의 조직에서 직접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용 교수는 이번 성과를 치료법 개발의 발판으로 봤다. 그는 "최첨단 유전체 기술을 결합해 간질성 방광염 환자의 방광 내부 미세환경을 지도처럼 도식화했다"며 "방광 과수축과 골반 통증을 유발하는 특정 세포와 신호 경로를 찾아낸 만큼, 향후 난치성 간질성 방광염 환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원인 차단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치료 표적 후보 찾았지만 갈 길 멀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다만 한계가 있다. 방광 전층 조직은 수술로만 얻을 수 있다. 그만큼 확보가 까다로웠다. 분석에 쓰인 환자 수, 특히 정상 대조군 수가 많지 않았던 이유다.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 자체도 조직에서 검출되지 않아 통증 기전을 신경세포 단계까지 직접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의식, 공개된 다른 환자 데이터와 별도로 확보한 환자 3명·대조군 3명의 고해상도 공간전사체 자료로 주요 결과를 다시 검증했다. 다만 모든 결과가 똑같이 재현되지는 않았다. 통증과 관련된 유전자 신호는 외부 데이터셋 일부에서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한계도 지적된다. 이번 결과는 세포의 유전자 발현과 세포 간 신호를 추적한 관찰 연구로 나왔다. 'EDN1' 신호나 통증을 키우는 섬유아세포 신호를 실제로 차단했을 때, 방광 수축이나 통증이 정말 줄어드는지는 세포·동물실험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연구팀도 이를 다음 단계 과제로 남겼다. 그런 만큼 치료제 개발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다만 오랫동안 원인 불명으로 치부되던 통증의 실체에, 어디를 겨냥해 볼지 구체적인 후보가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하다. 염증을 주도하는 Th17 세포, 혈관을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대식세포, 근육을 수축시키는 EDN1 신호, 통증을 키우는 섬유아세포의 신경 유사 신호가 바로 그 과녁이다. 오랫동안 뚜렷한 해법 없이 통증을 견뎌온 환자들에게는, 이 네 갈래 후보가 나온 것 자체가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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