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다발골수종 환자의 동반 질환을 반영해 생존율을 예측하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했다. 한국과 일본의 실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한 이번 연구는 기존 동반 질환 평가 도구의 한계를 보완하며 의료 현장에서 혈액암 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과정에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와 가톨릭의대 약리학교실 최수인 교수가 다발골수종 환자의 동반 질환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생존율을 예측하는 '다발골수종 특이 동반질환 지수(MM-CI: Multiple Myeloma-specific Comorbidity Index)'를 개발해 최근 국제 학술지 《혈액암 저널(Blood Cancer Journal)》에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의 형질 세포(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으로,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발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혈액암 환자의 약 70%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특히 고령 환자는 심부전·뇌혈관질환·간질화 등 여러 동반 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동반 질환을 정확히 파악해야 혈액암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찰슨 동반 질환 지수(CCI)와 국제골수종학회(IMWG) 허약도 점수가 주요 평가 도구로 활용돼 왔다. 다만 둘 모두 다발골수종 질환의 특성과 환자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7~2022년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1만727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선 일본 도쿄 지케이카이 의대 스즈키 교수가 공동 교신 저자로 참여해 한국(1473명)과 일본(314명)의 독립적인 실제 임상 코호트를 통해 외부 검증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새 지표(MM-CI)의 구성 요소를 성별, 연령, 심부전, 뇌혈관질환, 간질환, 동반 악성종양 등 6개 변수로 확정한 뒤 가중치를 반영한 점수 체계를 통해 환자를 4단계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저위험군의 생존 기간은 약 6년이었던 반면, 고위험군은 약 1년 7개월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또한 고위험군의 사망 위험은 저위험군 대비 2.75배 높았으며, 이는 변수 보정 이후에도 독립적인 예후 인자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향은 한국과 일본 검증 코호트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다만 혈액암 동반질환 구성에는 한국과 일본 양국이 차이를 보였다. 한국 환자의 주요 동반 질환은 신장질환(22.4%), 당뇨병(17.1%), 뇌혈관질환(7.9%) 순이었던 반면, 일본 환자는 말초혈관질환(40.4%), 당뇨병(18.8%), 악성종양(14.6%), 심부전(10.2%) 순이었다.

연구진은 "MM-CI는 복잡한 검사 없이 의무기록 정보만으로 산출할 수 있어 1차 의료 현장에서도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며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는 고령 다발골수종 환자의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 동반 질환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박성수 교수는 "개발 모델을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며 "새 모델은 보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현실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발골수종이 발병하면 주로 항암제나 표적 치료, 면역치료 등 약물 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억제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상태에 따라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다시 넣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근엔 다양한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생존율은 향상됐으나, 재발이 잦고 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경우도 많아 환자 처지에선 여전히 부담이 큰 질환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