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을 열어 수술받아야 할까, 관을 넣어 스텐트로 넓히면 될까. 심장에서 가장 중요한 혈관 ‘좌주간부’가 막힌 환자와 가족이 마주하는 질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 환자 5379 명을 장기간 추적한 결과 두 치료의 10년 사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5일 밝혔다. 다만 합병증은 엇갈렸다.

좌주간부는 왼쪽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자리로, 두 갈래로 나뉘어 심장근육의 넓은 부위에 피를 보낸다. 막히면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5개국 병원 환자 분석⋯ 란셋 게재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박덕우·박승정·강도윤·위성봉 심장내과 교수팀이 맡았다. 병원은 박승정 교수가 1998년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을 세계 처음 성공한 뒤 이 분야를 이끌어 왔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심혈관 중재시술 국제학술대회 TCT 2026에서 공개되는 동시에 란셋(The Lancet)에 실렸다. 란셋은 1823년 창간된 종합의학 학술지로, 병원은 최근 피인용지수 109.0으로 종합의학 분야 세계 1위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2003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한국과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국 46 개 의료기관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은 3836명(시술군)과 수술을 받은 1543명(수술군)의 자료를 분석했다. 두 집단의 환자 특성 차이는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10년 누적 사망률은 시술군 24.0%, 수술군 22.9%을 기록했다.
합병증은 엇갈렸다. 치료한 혈관을 다시 시술하거나 수술한 비율은 시술군 11.8%, 수술군 4.6%였다. 이후 저절로 생긴 심근경색도 시술군 4.6%, 수술군 1.9%였다. 반면 뇌졸중은 시술군 3.0%, 수술군 6.2%로 수술군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박덕우 교수는 “이번 대규모 국제 공동연구로 두 치료법의 10년 사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승정 교수는 “좌주간부 스텐트 시술은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이 전세계적으로 선도해온 분야”라고 강조했다.
수술 우위 논란⋯10년 시험들도 사망률 비슷
병원은 이번 결과가 수술이 장기 생존에 유리하다고 보고한 일부 서구권 연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환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술이 낫다는 논란은 2019년 한 국제 시험의 5년 결과에서 불붙었다. 17개국 환자 1905 명을 무작위로 나눈 이 시험에서 사망률은 시술군 13.0%, 수술군 9.9%였다. 다만 사망·뇌졸중·심근경색을 합친 비율은 시술군 22.0%, 수술군 19.2%로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아니었다.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10년을 추적한 시험에선 사망률이 비슷했다. 아산병원팀이 한국 13개 병원 환자 600 명을 추적한 시험의 사망률은 시술군 14.5%, 수술군 13.8%였다. 올해 4월 란셋에 실린 유럽 시험의 사망률은 시술군 23%, 수술군 25%로 나타났다.
논문은 환자를 무작위로 나눈 시험이 아니라 관찰 연구라는 점을 들어 이번 연구 결과가 치료 자체의 효과인지, 두 치료의 생존율이 같은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텐트냐 수술이냐⋯ 궁금한 네 가지
Q. 가슴을 열지 않는 스텐트가 편해 보이는데 수술을 권하는 이유는?
A. 스텐트 시술은 허벅지 혈관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어 금속망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힌다. 가슴을 열지 않아 몸의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은 가슴을 열고 몸 다른 곳에서 떼어 낸 혈관으로 막힌 곳을 우회하는 길을 만든다. 이번 연구에서도 시술군은 치료한 혈관을 다시 시술하거나 수술한 비율과 저절로 생긴 심근경색이 수술군보다 높았다. 2024년 유럽심장학회 지침도 재시술과 저절로 생기는 심근경색이 적다는 점을 들어 수술을 먼저 권한다.
Q. 그렇다면 수술이 더 안전한가?
A. 뇌졸중은 반대로 수술군이 시술군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사망률은 비슷했으니 한쪽이 모든 면에서 앞서지는 않는다.
Q. 시간이 지나면 사망률 차이가 벌어지지 않나?
A. 치료 뒤 구간별 사망률(시술군, 수술군 순)은 1년 이내 3.2%와 3.4%, 1~5년 9.2%와 8.4%, 5~10년 14.3%와 12.5%를 기록했다. 1년 이후 두 구간은 수치상 시술군이 높았지만, 10년을 통틀어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서울아산병원은 밝혔다.
Q. 수술과 시술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
A. 병원 설명에 따르면 혈관이 복잡하게 좁아졌거나 여러 관상동맥에 병이 생긴 경우 수술이 주요 치료법이다. 2021년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 지침과 2024년 유럽심장학회 지침은 좌주간부 질환에 수술을 우선 권고하되, 병변이 비교적 단순한 환자에게는 시술을 대안으로 둔다. 박덕우 교수팀은 논문에서 두 치료가 모두 가능한 환자라면 여러 분야 전문의로 꾸린 심장팀이 함께 논의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