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4일 (수)

손가락 끝 뭉툭해진 소녀 2명⋯폐에서 발견된 '기생충 낭종'

이란 6세·12세 소녀 증례 보고⋯손가락·손톱 변화, 몸속 질환 알리는 신호일 수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곤봉지가 나타난 환자의 양손. 손가락 끝이 둥글고 굵어지는 곤봉지는 폐나 심장 등 몸속 질환과 관련해 나타날 수 있다. 이번 기사에 소개된 두 소녀와는 관계없는 환자의 사진이다. 사진=Sidsandyy,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이란의 6세 소녀는 폐에 생긴 기생충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손가락 끝이 굵어졌다. 반면 12세 소녀는 손가락 끝이 점점 뭉툭해져 검사를 받다가 폐에서 낭종을 발견했다.

병을 발견한 과정은 달랐지만 두 소녀에게는 손가락 끝이 둥글게 커지고 손톱이 휘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손가락의 변화가 몸속 질환을 살펴보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란 타브리즈의과대학 연구진은 두 소녀의 사례를 국제학술지 《BMC 소아과(BMC Pediatrics)》에 3일 보고했다.

손가락 끝이 굵어져 검사했더니 폐에 낭종

12세 소녀에게 나타난 증상은 '곤봉지'였다. 손가락 끝이 북을 치는 조그만 방망이처럼 둥글게 커지고 손톱이 아래로 굽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오른손에서 시작됐지만 1년 사이 양손으로 번졌고 발가락에도 나타났다. 처음 변화가 생겼을 당시 흉부 엑스레이에서도 왼쪽 폐에 이상 소견이 있었지만 가족 사정으로 추가 검사를 받지 못했다.

손가락 변형이 심해지자 다시 병원을 찾았다. 혈중 산소포화도는 93%로 다소 낮았지만 호흡 곤란은 뚜렷하지 않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왼쪽 폐에 약 5.8㎝ 크기의 낭종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수술로 낭종을 제거했다. 조직검사 결과 포충이라는 기생충의 유충이 만든 '폐 포충낭종'으로 확인됐다.

포충은 감염된 개의 배설물을 통해 알을 퍼뜨린다. 이 알이 음식이나 물, 손 등에 묻었다가 입으로 들어가면 감염될 수 있다. 몸속에 들어온 유충은 주로 간이나 폐에 액체가 찬 주머니를 만든다. 낭종이 상당히 커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곤봉지가 나타난 환자의 손가락. 손가락 끝이 둥글게 굵어지고 손톱이 아래로 휘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번 증례의 소녀들과는 관계없는 환자의 사진이다. 사진=Wesalius,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6세 소녀도 비슷한 손가락 변형

연구진이 별도로 보고한 또 다른 환자는 6세 소녀였다. 이 소녀는 약 1년 전 폐 포충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양손과 발가락에 곤봉지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열흘 동안 발열과 기침을 앓다가 입원했다. 검사에서 오른쪽 폐에 약 5㎝ 크기의 포충성 병변이 발견됐다. 치료 도중 호흡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응급수술까지 받았지만 회복했다.

두 소녀 모두 수술과 기생충 치료제를 사용한 뒤 건강을 되찾았다. 1년 뒤에도 특별한 임상적 악화는 없었다. 그러나 손가락 끝의 변형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손가락 끝이 굵어지는 이유는?

곤봉지는 단순히 손톱 모양만 달라지는 증상이 아니다. 손톱 아래 조직이 두꺼워지고 손가락 끝의 혈관과 결합조직에도 변화가 생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혈소판 등에서 나오는 성장인자가 손가락 끝의 혈관과 조직을 자라게 한다는 가설이 있다.

곤봉지는 폐암이나 기관지확장증 같은 폐질환뿐 아니라 선천성 심장질환, 일부 간·장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가족력이나 선천적 요인과 관련된 경우도 있어 곤봉지가 반드시 심각한 질환을 뜻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이번 두 사례에서 폐 포충낭종이 곤봉지를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다른 원인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가락과 손톱의 변화는 몸속 질환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전에 없던 변화가 나타나 손가락 끝이 점점 굵어지거나 손톱이 아래로 심하게 굽는다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없더라도 진료를 받아 폐와 심장 등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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