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파문이 커진 것은 ‘소아’, ‘응급’이 갖고 있는 상징성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유대감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대리수술을 하다 사망 사고를 낸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압수수색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당연히 병원도 압수수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하필 촌각을 다투며 우리 아기 생명을 살리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라니… 이런 정서가 크게 작용한 듯 하다.
경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적법하게 집행했다고 강조한다. 당시 압수수색도 진료 방해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현장의 경찰들은 “사법 시스템이 정한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열심히 업무에 충실했던 동료 경찰이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에 참담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필수의료 분야 수사 가이드라인 빨리 마련돼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만나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초가 아쉬운 응급수술실에 대한 수사 지침이 진작에 마련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보건 당국, 경찰, 의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지침을 조속히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
“이제 필수의료의 씨가 마를 것”
의료계의 한 인사는 “이제 필수의료의 씨가 마를 것”이라고 강한 말을 쏟아냈다.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산과(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외과 의사들이 또 다시 대거 이탈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필수의료 의사들 중에는 “마음 편하게 피부-미용 의사로 살고 싶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내, 자녀들도 걱정하고 있다. 아버지의 건강은 물론, 거액 배상으로 가정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사망 사건을 다시 떠올린다. 2017년 의료진이 법정 구속 후 기소됐던 이 사건은 5년여 간의 수사·재판 끝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컸다. 아기를 좋아하는 의대 우수 졸업생도 지망했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은 이후 미달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2026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은 충원율이 20.6%에 그쳤다. 이 사건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진원지라는 달갑지 않은 지적도 받고 있다.
“내 손에 환자의 생명이 달려 있구나”…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산과(분만 담당), 외과, 흉부외과 등은 예정된 수술보다 갑자기 하는 응급 수술이 더 많다. 새벽 3시에 혼자 당직을 서다 피를 많이 흘리는 환자가 실려 오면 두려움이 엄습할 수 있다. “내 손에 환자의 생명이 달려 있구나”…밤을 샌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새벽 3시는 신체 기능이 최악이다. 문제는 필수의료의 의사는 교대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집에서 자다가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
나이 든 의사 퇴직하면, 대를 이을 젊은 의사 없어
큰 병원의 필수의료 의사들은 60세 언저리가 많다. 이들이 곧 정년 퇴직하면 대를 이을 의사가 없다. 필수의료는 수가(의사가 건강보험에서 받는 돈)도 다른 과에 비해 낮다. 병원 경영진은 “돈을 많이 못 버는 진료과”라며 인력 충원, 시설 투자를 주저한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분야가 필수의료이다. 의료분쟁으로 인한 소송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선배 의사가 법원을 들락거리는 것을 지켜 본 후배는 일찌감치 피부미용으로 바꿔 마음 편하게 돈을 잘 벌고 있다.
“이제 필수의료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될 극언이다. 하지만 실제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두렵다. 지금도 응급 상황에 빠진 우리 아기, 가족을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다. 교대 인력이 모자라면 의사는 과로할 수밖에 없다. 어느 분야나 인력이 충분하면 업무 효율이 높고 일이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의사, 경찰도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가이드라인 필요
필수의료 문제가 부각된 지 오래됐다. 20년 전에도 ‘필수의료 살리자’ 글을 썼는데, 지금도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상황만 더 나빠졌다. 의료분쟁을 겪는 필수의료 의사들은 더 늘었다. 막대한 저출산 관련 예산을 산과, 소아과 의사의 거액 배상에 지원하자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젠 돈 안 드는 제안을 한다. 필수의료 수사 가이드라인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도, 경찰도 납득할 수 있는 지침이어야 한다. 환자, 가족, 국민들도 긍정하고 이해하는 내용이면 더욱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