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수)

20대 러닝 인플루언서 마라톤 도중 심정지…“무리한 기록 경쟁 경계해야”

마라톤 열풍 속 기록 경쟁 우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러닝 인플루언서 유지원 씨가 ‘2026 서울레이스’ 하프마라톤에 참가해 달리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진=유지원 씨 SNS

최근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가 달리던 중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2026 서울레이스' 하프마라톤 부문에 참가한 20대 여성이 20.6㎞ 지점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는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부고를 전하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조직위는 "2026 서울레이스에 함께해 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황망한 소식을 전한다"며 "현장 응급조치 후 119구급차로 의료기관에 이송해 치료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밝혔다.

숨진 20대 여성은 인플루언서로 활동해온 카이스트 대학원생 유지원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쓰러진 직후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19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산악마라톤에서도 40대 남성이 달리던 도중 쓰러졌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목숨을 잃었다.

마라톤 중 사망, 드물지만 충격이 큰 이유

마라톤 도중 급사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연구에 따르면 마라톤 참가자 10만 명당 사망자는 0.5~2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마라톤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 사고도 전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고가 유독 큰 충격을 주는 것은 건강하고 사회 활동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던 사람이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30대 젊은 층이 운동 중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비후성 폐쇄성 심근병증이 꼽힌다. 심장 근육 세포를 구성하는 단백질의 유전적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이 병이 있으면 심장 벽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데, 정상보다 2~3배까지 두꺼워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 좁아진 부위를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구조적 변화는 심장이 비정상적인 리듬을 반복하는 '재진입성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운동 중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 등으로 혈액량이 줄어들면 심장에 이상이 나타날 위험은 더 커진다.

반면 40대 이후 운동 중 발생하는 심정지는 주로 관상동맥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심정지 사고, 결승선 가까운 구간에 집중

마라톤 중 심정지 사고는 레이스 막바지나 완주 직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돼 심장은 매우 강하게 뛰지만, 탈수 등으로 혈액량이 줄어 심장을 채울 혈액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에도 위험이 있다. 근육 수축은 다리의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갑자기 멈추면 이 작용이 사라져 혈액이 다리에 고이게 된다.

2012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다기관 연구 'RACER'도 같은 경향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2000~2010년 마라톤과 하프마라톤에 참가한 약 1090만 명 가운데 발생한 심정지 59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심정지로 사망한 사람의 거의 80%가 레이스 마지막 25% 구간이나 완주 직후에 쓰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연구 기간 남성의 심정지 발생 위험은 여성보다 평균 5배 높았다. 연구진은 장거리 달리기의 건강 증진 효과를 기대하고 참가했지만 본인도 모르는 심장질환을 가진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연령대별 생존율이다. 심정지가 발생한 40세 미만 러너의 생존율은 7%로, 40세 이상(47%)의 7분의 1 정도에 그쳤다. 연구진은 기저질환의 차이를 원인으로 봤다. 40세 미만에서는 비후성 심근병증이 주된 원인이었던 반면, 40세 이상에서는 심폐소생술에 상대적으로 잘 반응하는 허혈성 심장질환이 많았다는 것이다.

황영조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잘 뛰는 사람”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감독은 마라톤 열풍 속 기록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황영조 유튜브 캡쳐

잇단 사고를 두고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감독은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황 감독은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사실 엘리트 선수들이 기권을 많이 한다. 뛰다가 여러 가지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이라며 "저는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잘 뛰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전문 선수들조차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레이스를 멈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일반 참가자들이 충분한 훈련 없이 대회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감독은 "일반인들이 잠도 충분히 안 자고 업무 스트레스로 훈련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참가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러닝 열풍 속에서 기록 경쟁이 과열되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요즘 러닝을 보면 SNS 하시는 분들이 많다. 목표가 있다 보니 더 열심히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건강을 위한 달리기가 돼야 하는데 무리하게 기록을 세우려고 최선을 다해 뛴다"며 "그러다 보니 심장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뛰는 게 잘 뛰는 게 아니고 즐겁게 뛰는 게 잘 뛰는 것"이라며 "부상 없이 뛰는 게 잘 뛰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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