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할 때 부모들이 흔히 하는 걱정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보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디지털 기기 사용시간이 길수록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행동 자체가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이 같은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소년기에 게임이나 채팅 등에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우울·불안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은 확인됐지만, 유전적 요인과 가정환경을 고려하자 그 연관성이 크게 약해졌다는 내용이다.
12일(현지시간) 의학전문매체 뉴스메디컬은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등 공동연구팀이 쌍둥이 2만1797명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부터 성인 초기까지 디지털 기기 이용시간과 정신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내용을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됐다.
하루 6시간 넘게 게임·채팅하면 우울·불안 위험 3배 이상
연구팀은 스웨덴 쌍둥이 연구 자료를 활용해 참가자들이 9세, 15세, 18세, 24세 때 얼마나 자주 화면을 이용하는지 살펴봤다. 화면 이용은 TV나 영상 시청과 같은 수동적 활동, 게임·채팅·인터넷 검색 등 상호작용형 활동으로 구분했다.
이후 설문조사와 의료기록을 통해 우울·불안 증상뿐 아니라 실제 관련 질환의 진단 및 약물 처방 여부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화면 이용시간이 길수록 우울·불안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게임이나 채팅 등 상호작용형 활동에서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15세 때 평일 하루 6시간 넘게 상호작용형 화면 활동을 한 청소년은 하루 2시간 이하 이용자보다 이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관련 임상적 결과가 나타날 위험이 약 3.37배 높았다. 주말 이용시간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도 위험이 약 2.3배 높았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같은 시간 동안 화면을 이용하더라도 여학생에게서 우울·불안 증상과의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쌍둥이끼리 비교하자 연관성 크게 줄어
그러나 연구팀이 쌍둥이끼리 비교하면서 결과는 달라졌다.
쌍둥이는 일반적인 또래보다 유전적 배경과 성장환경이 비슷하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정보가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에 한쪽은 화면을 오래 이용하고 다른 한쪽은 적게 이용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유전적 요인과 가정환경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배제할 수 있다.
연구팀이 이런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화면 이용시간과 우울·불안 증상 사이의 연관성은 크게 약해졌다. 15세 때 평일 하루 6시간 넘게 화면을 이용한 집단도 일반 분석에서 3.37이었던 위험비가 쌍둥이 비교에서는 1.65로 낮아졌다.
여전히 위험이 높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수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화면 이용 자체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만큼 명확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반대 방향의 가능성도 살펴봤다. 이미 우울·불안 증상이 있는 청소년이 이후 게임이나 채팅 등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15세 때 우울·불안 증상이 심할수록 18세 때 상호작용형 화면 이용이 늘어나는 약한 연관성도 확인됐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뿐 아니라, 정신건강 상태가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한계점도 드러냈다. 화면 이용시간은 주로 참가자나 부모의 설문 응답을 바탕으로 측정했다.
또 초기 조사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이용환경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청소년의 사용 습관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