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3일 (화)

양치질도 겁나는 '삼차신경통'⋯”나았다" 싶을 때가 함정

봉생기념병원, MVD 5100례 넘어서...이상훈 “통증 반복과 휴지기, 강도 함께 살펴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양치질도 겁나는 '삼차신경통'⋯”나았다" 싶을 때가 함정
치통인줄 알았다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삼차신경통이라 한다. 뇌 속 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면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느 날 갑자기, 양치질을 하다 얼굴 한쪽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이 스친다. 세수를 하려고 볼에 손을 댔을 뿐인데 칼로 베인 듯한 통증이 몇 초간 이어지고, 밥을 씹거나 말을 하는 것조차 겁이 난다. 그런데 막상 거울을 보면 얼굴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많은 사람이 이런 통증을 치통이나 일시적인 신경 과민으로 여기고 넘긴다. 실제로 치과를 먼저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양상의 통증이 반복된다면 ‘삼차신경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삼차신경통(三叉神經痛, Trigeminal Neuralgia, TN)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 영역에 발작성으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상당수는 뇌 속 혈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한쪽 얼굴에서 나타나며, 드물게 양쪽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상이 없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는 점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지난 7일은 ‘세계 삼차신경통의 날’ 이었다. 삼차신경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잠잠해졌다고 끝난 게 아니다⋯‘휴지기’의 함정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보다 파도처럼 강한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통증이 발생한 뒤 일정 기간 통증이 없는 ‘무통기’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 시기 때문에 “나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봉생기념병원 신경외과 이상훈 명예원장은 “대부분의 삼차신경통은 통증의 휴지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첫 번째 심한 통증이 발생한 뒤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한동안 통증이 없는 시기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후 두 번째 통증부터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서 통증의 강도와 빈도가 점차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증을 부르는 계기도 일상적이다. 양치질, 세안, 식사, 말하기, 얼굴을 만지는 등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을 가벼운 자극이 방아쇠가 된다.

양치질조차 두려워지는 병⋯약이 듣지 않기 시작할 때

초기에는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효가 떨어지거나 통증이 다시 심해진다. 약물 용량을 늘리면서 어지럼증, 졸음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면 수술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대표적인 수술법이 미세혈관감압술(Microvascular Decompression, MVD). 삼차신경을 절단하거나 손상시키는 대신, 신경과 혈관을 떼내 증상을 완화하려는 치료법이다.

귀 뒤쪽을 절개하고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낸 뒤, 신경을 누르는 혈관을 찾아 신경에서 떨어뜨린다. 필요에 따라 그 사이에 테플론(Teflon) 소재의 의료용 패드를 넣어 혈관의 박동과 압박이 신경에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약물치료가 주로 통증을 조절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미세혈관감압술은 통증을 일으키는 혈관의 신경 압박을 직접 해소한다. 적절한 환자에게 시행하면 장기간 통증이 사라지거나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수술 후에도 통증이 남거나 재발할 가능성은 있다. 즉, 미세혈관감압술은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와 수술 위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미세혈관감압술 5,100례⋯한 길을 걸어온 시간의 기록

이상훈 명예원장은 오랜 기간 삼차신경통과 안면경련증 환자를 치료하며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해 왔다. 안면경련증과 삼차신경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미세혈관감압술 실적만 5,100례(2026년 7월말 현재)에 이른다.

이상훈 명예원장이 삼차신경통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봉생기념병원

미세혈관감압술은 뇌 깊숙한 곳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신경과 혈관을 다루는 정밀 수술인 만큼, 집도의의 경험이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에 5,100례라는 숫자는 한 명의 신경외과 의사가 수십 년간 같은 질환과 같은 수술에 매달려 온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진료실에 들고 갈 ‘통증 일기’⋯아팠던 순간을 적어두면 보이는 것들

다만 얼굴이 아프다고 모두 삼차신경통은 아니다. 얼굴 통증은 치아나 턱관절, 귀 주변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 통증의 양상과 부위, 지속시간, 유발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료 전 통증 기록을 남겨두면 도움이 된다. 구체적으로 △통증이 시작된 시점과 부위 △지속시간과 강도 △양치질·세안·식사·말하기 등 특정 행동과의 연관성 △통증이 없었던 기간 등을 적어두면 진단에 유용한 단서가 된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얼굴 통증을 다시 짚어볼 때다. 한 번 지나간 통증이 다시 찾아왔거나, 갈수록 강도와 빈도가 늘고 있다면 기록을 챙겨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