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 (금)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34세女…‘착암기 식도’로 극심한 가슴 통증?

약 한움큼 먹는 환자, 심근경색 의심해 응급실로…심장·폐는 멀쩡, 식도 과수축이 문제/원인 모를 흉통의 10~20%는 위장관 문제…심폐 이상 없어도 식도에 관심 둬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젊은 여성이 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장에서 콘크리트를 깨부수는 착암기(잭해머)처럼, 식도 근육이 식도를 쥐어짜며 경련을 일으키는 ‘착암기 식도’ 질환(과수축성 식도 질환)을 앓은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이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역류성 식도염, 비만, 마약성 진통제 등 특정 약물 복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4세 여성이 갑자기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을 심하게 겪다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이 환자는 “누군가가 숨도 못 쉬게 꽉 껴안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숨가쁨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연구팀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 환자는 온갖 병을 달고 살았다. 찬물에 닿으면 손발 끝이 하얗게 질리는 레이노 현상, 류마티스관절염, 말초신경병증, 떨림(진전), 피하조직염, 제2형 당뇨병을 동시에 앓았다. 게다가 위식도 역류 질환(GERD), 과민성 대장 증후군, 소장 세균 과증식증(SIBO), 췌장 기능 저하로 약물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흔히 말하는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에 해당했다.   

환자는 1개월 전 A형독감에 걸렸고 이후 호흡기 증상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흡입용 기관지 확장제를 매일 써도 소용없었고, 동네 의원에서 기관지염 진단을 받아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약을 썼지만 차도가 없었다. 숨이 너무 차서 침대에서 스스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의 연락을 받은 응급실 의료진은 즉시 심폐질환 검사에 나섰다. 의료진은 심근경색, 폐색전증, 심부전, 폐렴 등을 의심했다. 그러나 흉부 혈관 컴퓨터 단층촬영(CTA)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 폐기능 검사 결과는 물론 심장 손상 지표(고감도 트로포닌)와 혈전 지표(D-다이머)가 모두 정상이었다.

의료진은 환자의 호흡 곤란과 가슴 통증이 폐 외부의 요인 때문에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위장관 병력과 자가면역병에 주목했다. 위내시경 검사 결과, 식도 점막은 깨끗했다. 의료진은 식도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특수 검사(임피던스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 HRM)를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물을 삼킬 때마다 식도 하부 근육이 바위처럼 굳으며 비정상적으로 강력하게 수축했다. 식도 수축력이 기준치를 크게 넘어선 삼킴 현상이 전체 삼킴 사례의 40%나 됐다.

의료진은 식도 근육이 공사장에서 콘크리트를 깨부수는 착암기(잭해머)처럼 쥐어짜며 경련을 일으키는 ‘착암기 식도(Jackhammer Esophagus)’ 질환이라는 진단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착암기 식도 질환의 공식 병명은 ‘과수축성 식도’(Hypercontractile Esophagus) 질환이다. 과거에는 ‘호두까기 식도’(Nutcracker Esophagus) 질환이라는 표현도 썼다. 의료진은 호흡기내과·류마티스내과·소화기내과의 협진으로 이 환자에 대한 외래 추적 관찰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Jackhammer Esophagus Presenting as Chest Discomfort and Dyspnea in a Patient With Undifferentiated Inflammatory Arthritis and a Positive Scl-70 Antibody Tes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가슴 통증 환자의 10~20%는 심장이나 폐가 아닌 위장관에 원인이 있다. 식도는 심장 바로 뒤를 지나며 자율신경 경로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식도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극심한 가슴 통증과 압박감이 발생한다.

착암기 식도(과수축성 식도) 질환은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에서 과수축 기준치를 넘는 삼킴 현상이 2회 이상 관찰될 때 진단된다. 식도내압검사를 받는 환자의 약 2%에서 발견되며 남성보다 여성(약 65%)이 더 많다. 가장 흔한 증상은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연하곤란(64%)이며 역류질환 증상(46%), 가슴 통증(30.7%)이 뒤를 잇는다.

착암기 식도 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역류성 식도염, 비만, 마약성 진통제 등 특정 약물 복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의학계는 식도 근육의 이완을 돕는 억제성 신경 신호가 손상되고 수축을 촉진하는 콜린성 신경 자극이 쏠리는 조절 장애 때문에 착암기 식도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전신성 경화증이나 류마티스관절염(미분화 염증성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병 환자에게서 발생하기 쉽다. 초기 신경 손상 탓에 억제 신호가 사라져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기 때문이다. 실제 류마티스 환자의 58%가 식도 운동 장애를 겪고, 이 중 8%는 착암기 식도 양상을 보인다.

국내 보건 통계를 보면 이 환자처럼 복합 만성병을 앓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비중이 높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약 20%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병을 2개 이상 앓는 복합 만성병 환자이며, 약 10%는 3가지 이상을 앓는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80% 이상이 만성병을 앓고, 약 60%는 2개 이상의 복합병을 갖고 있다. 또한 국가데이터연구원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의 약 46%가 3개 이상의 만성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착암기 식도 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는 위산 분비 억제제(PPI)와 함께 칼슘 채널 차단제, 질산염, 페퍼민트 오일 등 평활근 이완제를 투여한다. 페퍼민트는 근육 세포막의 칼슘 유입을 막아 식도 경련을 누그러뜨린다. 이 환자도 식전 페퍼민트 캔디 제제를 혀 밑으로 녹여 복용하는 보존 치료를 받았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는 식도 근육층의 일부를 잘라내는 내시경 수술을 받기도 한다.

호흡 곤란이나 가슴 통증이 발생하면 심장과 폐에 대한 검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한다. 하지만 정밀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생기고, 특히 자가면역병이나 삼킴 장애가 있다면 식도 이상으로 인한 운동 장애를 의심하고 식도내압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심장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계속될 수 있나요?

A1. 네, 그렇습니다. 식도는 심장 바로 뒤쪽에 있으며 자율신경 경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도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경련하거나 과도하게 수축하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비슷한 가슴 통증이 발생합니다. 원인 모를 흉통의 10~20%는 위장관 및 식도 문제로 발생합니다.

Q2. 착암기 식도(과수축성 식도) 질환은 일반 위내시경 검사로 발견할 수 없나요?

A2. 일반 위내시경 검사로는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내시경은 식도 점막의 염증이나 궤양, 암 같은 구조적 이상을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때문에 식도 근육이 실제로 얼마나 강하게 쥐어짜며 움직이는지 ‘기능적 운동’을 측정하는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HRM)를 받아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Q3. 페퍼민트가 어떻게 식도 경련 환자에게 도움이 되나요?

A3. 페퍼민트에 함유된 멘톨 성분은 근육 세포막의 칼슘 통로를 차단해 과도하게 수축된 식도 평활근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증상이 비교적 가볍거나 초기 환자에게는 식전 보조 요법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에 따라 하부 식도 괄약근이 과도하게 풀려 위산 역류가 심해질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의한 뒤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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